"고문 가담자 처벌 어려워…보안사령관·대통령이라도 책임 물어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옛 육군 보안사령부의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문 수사관들을 상대로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인 윤정헌·박박·이종수씨 등 10명을 도와 당시 보안사 수사관 고병천씨 등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법무부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재일교포 2세인 윤씨 등은 1970∼1980년대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해 조총련계 대남공작원에 포섭돼 국내에 들어와 국가기밀을 수집했다는 등의 혐의로 국군 보안사에 연행돼 불법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고씨 등 수사관들의 고문과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허위 자백을 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조작된 사건이라는 결론을 얻었고,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국가로부터 배상도 받았다.
그러나 고문을 직접 자행한 가해자인 수사관들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책임을 물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고씨는 윤씨의 재심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만 기소돼 지난해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자신들에게 손해배상을 한 국가가 수사관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현재 입법의 미비로 고문 가담자들에 대해 죄를 물을 방법이 없다"며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해 민사적으로라도 가해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가해 공무원들이 민·형사책임을 버젓이 면제받고 오히려 상당수가 훈장 혜택을 받으며 반성 없이 살아가는 상황을 어떻게 정의의 관점에서 납득할 수 있느냐"며 "고문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가 국민 인권보장을 위해 구상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으나, 지금까지 이 역할을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병천 한 명만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사건마다 당시의 보안사령관을 비롯해 관여자 전체의 기여도를 산정해 구상권을 행사해달라"며 "조사 결과 보안사령관보다 상급자가 사건에 영향을 줬다면 당시 대통령이라 해도 마땅히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윤정헌 씨는 "한국 정부가 구상권이 있음을 알면서도 행사하지 않은 것은, 고병천과 같은 악질 고문 수사관의 행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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