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때인 5년 전 체포돼 독방 수감…검찰은 사형 구형
시아파 국가 이란과의 갈등 속 시아파 탄압 강화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10대 소년이 수년 전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사형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 내 소수 이슬람 종파인 시아파 소속 무르타자 쿠레이리스(18)는 테러리스트 단체에 가입하고 폭동을 선동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시위를 하다 숨진 친형의 장례식을 계기로 분출된 반정부 시위 등에 가담했다는 죄목이다.
쿠레이리스는 이러한 혐의로 13살 때인 2014년 9월 체포·구금돼 5년 가까이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이며 이 기간 중 일부는 독방에서 지내야 했다.
이번 사건은 여느 국가 안보 관련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우디 당국의 함구로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다가 사우디 검찰이 작년 쿠레이리스에게 사형을 구형한 사실이 미국 CNN 방송에 보도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법원에 사형 선고를 요청하면서 폭동 선동 혐의는 가장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쿠레이리스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권 활동가들은 쿠레이리스가 검찰 신문 과정에서 혐의를 시인한 게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최근 사우디 내에서 부쩍 강화된 시아파 탄압과 연관 지어 바라본다.
수니파가 전체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사우디는 최근 수년간 시아파가 이끄는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특히 시아파 출신 반정부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 강도를 높여왔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14년부터 사우디에서 100명 이상의 시아파가 모호하고 광범위한 죄목으로 반테러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사우디 당국은 특히 2016년 사우디의 저명한 시아파 종교 지도자를 처형해 파키스탄과 이란 등의 반발을 불렀다.
이 여파로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방화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이란-사우디 간 외교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사우디 대사관은 당시 폐쇄된 뒤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에서 16세 소년을 포함해 대부분 시아파인 37명의 남성이 한꺼번에 처형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처형된 이들 가운데 일부의 재판 과정이 극도로 불공정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동부에 주로 거주하는 시아파는 그동안 사회적 권리와 부의 분배 등에서 수니파와 비교해 차별을 받아왔다. 이들이 중동 전역을 휩쓴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 당시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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