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다세포 생명체 확인하려면 '선구안' 더 좁혀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과학자들이 생명체가 있을 만한 외계 행성을 찾을 때 이른바 '서식가능지역(habitable zone)' 안에 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물이 얼거나 너무 가까워 증발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계 생명체가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이는 단세포 생물에게나 적용되는 것으로 적어도 지구의 동물과 같은 다세포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을 찾으려면 대기 조건까지 함께 검토하는 등 '선구안'을 좁혀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R)과 외신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행성과학과 티모시 라이언 석좌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서식가능지역 안에 있는 외계 행성의 대기 상태를 고려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검토한 연구결과를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 실었다.
'대안(代案) 지구 우주생물학센터(AEAC)' 소장도 맡고 있는 라이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주의 다세포 생물 분포를 예측하면서 지구 생명체의 생리적 한계를 처음으로 고려했다"면서 서식가능지역에 있는 행성 대부분에서 지구와 같은 생태 환경이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행성의 대기 기후와 광화학에 관한 컴퓨터 모델을 이용하면서 우선 이산화탄소(CO₂)의 존재를 고려했다.
서식가능지역 끝부분에 있는 행성은 별빛을 적게 받아 물이 얼지 않게 기온을 유지하려면 대기 중에 CO₂가 필요하다. 지구도 대기 중의 CO₂가 기온을 오르게 하는 작용을 하는데, 서식가능지역 끝부분의 외계 행성에서는 지구의 수만 배에 달하는 CO₂가 있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CO₂ 수준으로만 볼 때 서식가능지역 외계 행성 중 절반 미만에서만 단순 생물이 존재할 수 있고, 인간이나 고등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곳은 3분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산화탄소(CO)까지 고려한 결과는 더 암울하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켄타우리와 트라피스트(TRAPPIST)-1 등을 포함한 일부 별은 자외선 복사로 서식가능지역 행성에 CO를 집적시켜 지구에서와 같은 순환기 동물은 아예 살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CO는 산소 대신 혈액 내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어 체내 산소공급을 차단하는 치명적 가스다. 지구에서는 강하고 밝은 태양 빛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대기 중에 CO가 집적되는 것을 차단한다.
연구팀은 CO가 많은 환경에서는 미생물이 번성할 수는 있어도 지구의 동물이나 인간이 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외계 행성은 지금까지 약 4천개가 발견되고, 점점 더 늘어나겠지만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b' 행성마저 현재 과학기술로는 직접 찾아가는데 약 5만4천400년이 걸려 망원경으로만 관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첨단 망원경의 배치로 무수히 많이 발견될 외계 행성 중에서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행성을 정하는 기준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논문 제1저자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박사후 프로그램 연구원인 에드워드 슈위터먼 박사는 성명을 통해 "우리 행성이 얼마나 희귀하고 특수한지 보여주는 것은 지구를 보호해야 할 당위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우주에서 인간을 지탱할 수 있는 행성은 지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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