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보탬 된 것 같아 기뻐…소속팀서 힘든 일들 생각났다"
수비형 MF로 빌드업 기점…벤투 "원하는 플레이 보여줬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의 기대주인 미드필더 백승호(22·지로나)가 A매치(축구대표팀 간 경기) 데뷔전에서 만점 활약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백승호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평가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MF)로 선발 출전해 경기를 훌륭하게 조율하며 이란과 1-1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백승호로선 벤투호에 소집된 후 4경기 만의 데뷔전이다.
그는 3월 A매치 때 소집됐지만 볼리비아, 콜롬비아와 경기에 뛰지 못했고, 7일 호주와 평가전 때도 벤치만 달궜다.
그러나 백승호는 이날 이란전에서는 첫 A매치 출전임에도 베테랑 못지않은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빌드업의 기점 임무를 100% 수행했다.
세계적인 명문 클럽인 FC바르셀로나의 유스팀 출신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데뷔한 기대주답게 뛰어난 볼 키핑과 드리블, 경기 조율 능력을 발휘하며 벤투식 축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017년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와 공격 쌍두마차로 16강 진출에 앞장섰던 그는 이제 성인 대표팀의 새로운 플레이메이커로 주목받게 됐다.
백승호는 전반 15분 상대 위험 지역에서 수비수 5명을 드리블로 돌파하는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였다. 마지막 다른 수비수의 벽에 막혔지만, 백승호의 진가를 보여주는 데는 부족하지 않았다.
또 중앙 수비수들과 호흡을 맞춰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건 물론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하며 이란을 상대로 빠른 패스 플레이를 주도했다.
전반 41분에는 드리블로 돌파하려던 이란의 공격수 메디 타레미를 재치있는 태클로 막아냈다.
그는 특히 A매치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로 보기 어려울 만큼 평정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 나선 그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면서 "감독님이 중앙에서 공을 뿌려주는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는데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선발 명단에 포함된 후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는데 우셨다"고 말한 뒤 자신도 감정에 북받쳤는지 굵은 눈물을 흘렸다.
백승호는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대표팀에 소집되고 나서 뛰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니라 소속팀(지로나)에서 시즌을 시작할 때 힘들었던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중 감정 굴곡을 보이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선 "경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답변했다.
후반 33분 주세종(아산)과 교체된 백승호는 벤투 감독이 "우리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했다"고 칭찬한 것에 대해 "풀타임을 뛰지 못한 건 아쉽다"면서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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