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희화화한 만평으로 논란을 일으킨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다음 달부터 인터내셔널판에 정치만평을 싣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임스 베넷 NYT 사설면 담당 편집장은 성명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국제판 사설면의 정치만평을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국제판과 국내판의 보조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밝혔다고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 국내판은 몇 년 전부터 한 컷짜리 주간 정치만평을 없애고, 여러 컷의 만화를 이어붙인 뉴스 만화를 도입했다.
NYT의 이번 결정은 약 25년간 주 2회씩 NYT에 만평을 기고해온 만평가 패트릭 차패티가 자신에 블로그에 "한숨과 함께 펜을 놓는다"며 국제판 만평 중단 계획을 공개하면서 먼저 알려졌다.
앞서 NYT는 지난 4월 네타냐후 총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내견으로 묘사한 포르투갈 출신 작가의 만평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NYT는 "명백히 반유대적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공식 사과를 발표한 이후 2개월간 국제면에 정치만평을 싣지 않다가 만평 게재 중단을 발표한 것이다.
다수의 만평 작가들은 우려의 뜻을 밝혔다.
차패티는 이날 "수십 년 동안의 작업물이 한 작가의 '네타냐후 총리 희화화 만평'으로 모두 없던 것처럼 돼버렸다"면서 "(정치만평 중단 계획이) 만평뿐만 아니라 저널리즘과 사설 전체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비상식적인 세상에서 유머와 시각적 해설은 과거보다 더 필요해졌다"며 여전히 만평의 힘을 믿는다고도 덧붙였다.
퓰리처 만평 부문 전 수상자인 케빈 시어스 미국 만평가 협회장도 "만평은 날카롭고 명료한 표현과 신랄한 풍자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작가들은 만평의 영향력 때문에 긴장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표현을 멈추는 건 비겁한 일"이라고 말했다.
WP는 지난 30년간 수백명에 달했던 북미권 언론계 만평가들이 현재 수십명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들도 최근 잇따라 해고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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