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저하게 짧은 투구간격, 타자와 수싸움에 우위·수비시간 절약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32)은 KBO리그에서 뛸 때부터 투구 간격이 짧았다.
공을 던진 뒤 다음 공을 던지기까지 시간이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 현저하게 짧았는데, 당시 류현진은 "공을 빨리 던지면 수비수들의 수비 시간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의 투구 템포는 올 시즌 더 빨라진 느낌이다.
류현진을 신인 시절부터 봐왔던 김인식 감독은 "올 시즌 류현진의 투구 템포가 매우 빨라졌다"며 "가끔은 피칭 간격을 늘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투구 템포는 투수 호흡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빠를수록 좋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생각이다. 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KBO리그 SK 와이번스의 손혁 투수 코치는 "투수의 투구 템포가 빠르면 상대적으로 수비 시간이 줄어들어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체력 관리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팀 공격력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손 코치는 "투수 자신에게도 좋다"며 "상대 타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빼앗아 수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KBO리그 다수 구단은 투수들의 투구 템포를 빠르게 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집중훈련을 시행하기도 한다.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등지고 있는 행동을 금지하는 등 투구 준비 동작에 제약을 줘 템포를 빠르게 유도할 정도다.
어쨌든, 류현진의 빠른 템포는 올 시즌 자신의 성적뿐만 아니라 팀 성적에도 보이지 않는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류현진의 빠른 템포에 팀 동료들은 고마움을 느낄 정도다.
다저스 내야수 엔리케 에르난데스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뉴욕 메츠전을 마친 뒤 "류현진은 투구 템포가 빠르고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는 투수"라며 "그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수비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단순히 공을 빨리 던지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승부처마다 투구 템포를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까지 빼앗고 있다.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우 해설위원은 지난달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을 해설하면서 "중심타자가 몰려있던 4회에 경쾌한 투구 템포로 상대 타자들을 잘 처리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구질과 제구력뿐만 아니라 빠른 투구 템포, 조절 능력까지 갖춘 류현진은 지상 최고의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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