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노조, 52시간제 근무제 적용 시각차 여전
"근무시간 단축 문제없어" vs "근무시간 범위 산정 문제"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다음 달 1일부터 시내버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지만, 제도 적용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노조가 여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시행 초기 혼선이 우려된다.
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시행 초기 근로현장에서 여러 문제와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시내버스 업체 33곳에 다음 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부산 버스 노사는 시프트제(교대근무)를 도입해 월 24일 근무하는 것으로 지난달 15일 합의했다.
1주 차는 6일(51시간 = 5일×9시간, 1일×6시간), 2주 차는 5일(45시간 = 5일×9시간) 일하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수년 전부터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현재 버스 운전기사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49.5시간"이라며 "근로시간을 철저히 파악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운전기사를 113명 새로 뽑는다'는 협상 결과에 따라 부산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은 5월에 35명을 채용했고, 이달 안에 30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시는 5월 노조 파업예고 이전 운전기사 48명을 미리 뽑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줄어도 운전기사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번 달에 30명을 추가로 채용하면 시내버스 2천517대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적정 운전기사 5천665명이 확보된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부산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버스 노선을 없애거나 운행횟수를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는 운전기사 추가 채용과 교대근무제 도입으로 운전기사의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 아래로 낮추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행 초기 근로현장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운행관리 표준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에 따른 업무체계가 초기에 정착하도록 할 예정이다.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도입되는 운행관리 표준화 시스템은 실시간 운행 모니터링과 자동배차 조정, 월 배차와 승무원 휴식시간 보장내용 등을 관리한다.
시는 근로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해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여객사업법에 명시된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할 예정이다.
반면 노조 측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여러 혼란과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자동차노련) 부산 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부산시가 시내버스 운전기사 근로시간이 52시간 미만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 운전대를 잡는 시간만 근로시간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출근 후 음주측정, 가스 충전, 운행준비와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근로시간이 52시간을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보면 자정 이후 심야 운행을 한 경우 8시간 휴식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날 오전 일을 하면 안 된다"라며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면서 운전기사 근무 시간표를 짜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방학에는 30%까지 버스 운행횟수를 줄이게 되는데 운행횟수가 줄면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운전기사 임금 하락으로 이어져 근로자 생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방학 때 근무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버스운영에 공공개념을 강화한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부산시가 시내버스 업체에 적자분 보전 명목으로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문제다.
부산시가 버스업체에 주는 재정지원금은 2008년 762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천641억원, 올해 1천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운전기사 신규 채용과 시급 인상 등으로 내년에 부산시가 버스업체에 주는 재정지원금은 2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부산 시내버스의 운송분담률은 2008년 24.1%에서 지난해 19.3%까지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만성 적자를 이유로 재정지원금을 받는 부산 시내버스 업체 33곳 중 7곳이 지난해 수억원씩 배당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부터 버스업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보는 시선이 싸늘해졌다.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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