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청원 답변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촉구 등 '국회 책임론' 부각
'靑, 일하는 국회 압박' 해석 속 한국당 "野에 전면전 선언" 반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이은정 기자 = 청와대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등을 두고 좀처럼 정상화의 길을 찾지 못하는 국회에 '파행 책임론'을 강한 어조로 제기하고 나서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대립하는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3국 순방으로 청와대를 비운 가운데 국회 정상화 지연의 책임 소재를 두고 청와대와 야당이 직접적으로 공방전을 전개하는 형국이다.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2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요구한 국민청원에 답을 내놓으면서 "대통령, 자치단체장,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을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복 비서관은 "선출직 중 국회의원만 견제받지 않는 나라가 정의로운 나라인가"라면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20대 국회에서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동물국회'가 재현됐을 당시 많은 참여를 끌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로서는 여의도 정치권을 향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압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해산 청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에 답하면서 이미 '국회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답변에 나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0건'이고 추경안은 48일째 심사조차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수석은 이런 상황에서 양당에 대한 정당해산 청원이 제기된 것을 두고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강 수석의 답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공전 중인 국회 파행의 책임을 사실상 한국당으로 돌리면서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 심판'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어 이날 나온 복 비서관의 답변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현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이지만, 이는 내용상으로는 국회 정상화 협상과정에서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청원 답변 과정에서 이틀에 걸쳐 국회 책임론이 강하게 거론되자 한국당은 야당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에 국회 파행 등의 책임이 있다며 공세에 나섰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강 수석의 답변은 마치 우리 당이 해산해야 할 정당 요건에 부합하는데, 청와대가 참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총선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다'고 한 답변은 야당에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가 조기에 총선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강 수석의 답변을 "선거운동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한국당 사이의 '국회 파행 책임' 논란은 양측의 공방을 야기한 청와대 국민청원의 실효성 문제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사회갈등 조장 게시판', '친문세력 집결지'가 된 지 오래"라면서 "본래의 기능은 사라지고 청와대발 국회 저격·야당 저격의 전초기지가 됐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청와대가 국민청원을 정쟁 도구로 사용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행정부가 국민청원이라는 '홍위병'을 동원해 입법부를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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