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입 40% 정부지원금은 목적 분명, 분쟁지역 커버"
"정부와 정치권, 보도에 불평할 수는 있어도 관여할 수는 없어"
AFP 평양에 상근직원 2명…연합뉴스 평양지국 추진에 "인내심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AFP는 보도의 완전한 독립으로 유명하며 관련 논쟁에 휘말린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프랑스 공영 뉴스통신사인 AFP의 파브리스 프리스(59) 회장의 말에선 확신이 묻어났다.
작년 4월 취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한 프리스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빌딩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AFP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매년 1억3천만 유로(약 1천700억원)의 지원을 받아 전 세계 201개 지국으로 이뤄진 글로벌 취재망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취재인력은 1천700명 정도인데 이 중 300명이 프랑스 뉴스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프랑스 바깥에서 국제 뉴스를 취재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바탕 위에서 세계 각지의 분쟁과 크고 작은 사건을 커버하는 세계 3대 통신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명성을 유지한다는 의미였다.
AFP는 3억 유로(약 4천억원) 규모인 연간 총수입의 40% 이상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그 지원금 대부분은 국제분쟁 지역 취재 등 목적이 분명한 사업에만 사용한다. 이런 지원을 받지만 AFP는 법으로 편집의 독립을 보장받고 있어 정치적 영향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고 프리스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이건 내가 정치인이나 정부 인사로부터 어떤 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며 "그들은 우리 보도가 편향적이라고 불평할 순 있어도 관여할 순 없다"고 말했다.
프리스 회장은 인터넷과 모바일기기의 확산과 더불어 가속화하는 미디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면서, AFP도 뉴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 생산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공영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 대해선 "한반도 뉴스에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고 한반도나 주변국과 관련한 이슈에 있어선 매우 강하다"면서 "그러나 글로벌 통신사로서 인지도는 아직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AFP는 서울지국에서 7명의 취재인력을 운영하며 평양지국에도 현지에서 고용한 상근직원 2명을 두고 있다.
프리스 회장은 연합뉴스에서 추진하는 평양지국 개설에 대해 무엇보다 "인내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프리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 인터넷, 모바일기기의 확산과 더불어 미디어 시장이 격변하는데.
▲ 미디어 시장에 큰 변화가 있다. 인쇄미디어의 빠른 쇠퇴에 대응한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 플랫폼을 위한 콘텐츠 생산 비중을 점차 늘리는 이유다. 하지만 기존 고객사들(신문·방송)과 함께 더 성장해나갈 여지도 있다. 이미지, 사진, 영상은 AFP의 큰 성장 동력이다.
-- 인터넷 시대 뉴스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어지면서 뉴스통신사의 영향력이 커진 듯하다.
▲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다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플랫폼에서 뉴스가 재사용되는 것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받느냐가 문제다. 그들이 뉴스 콘텐츠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다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유럽에선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벌어들인 광고수익 일부를 뉴스 공급자와 나누도록 강제하는 '저작권 지침(Copyright Directive)'법이 통과됐다. 뉴욕타임스도 오늘 아침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자신들이 생산하지 않은 콘텐츠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유럽이 소셜 플랫폼으로부터 미디어의 정당한 몫을 얻어내는 길을 보여주는 것 같다.
-- AFP는 연합뉴스와 여러모로 닮았고 우리가 배울 점도 많다. AFP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고 어떤 공적기능을 수행하나.
▲ 정부 지원금은 정확한 목적이 있고 매우 면밀하게 모니터 된다. 그 목적은 AFP의 국제 취재망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상하는 것이다. AFP는 평양을 포함한 201곳에서 지국을 운영하는데 수단,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 전 세계 모든 분쟁 지역을 커버한다. 여기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다.
-- 해외 취재망의 규모와 정부 지원금 규모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 AFP 취재인력은 1천700명 정도다. 이 중 프랑스를 커버하는 기자가 300명이고 나머지 대다수는 프랑스 밖에서 일한다. 예를 들면 서울지국에는 지사장, 펜기자 3명, 사진기자 2명, 영상 1명 등 7명이 있다. 평양에도 현지에서 고용한 상근직원 2명을 두고 있다.
정부 지원금은 연간 1억3천만 유로(약 1천700억원)로 안정적이다. AFP 연간 총수입은 3억 유로(약 4천억원) 규모인데 이 중 지원금을 뺀 나머지가 매출이다. 지원금은 해외 지국을 운영하는 데 쓰이는데, 경쟁을 해치는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유럽연합(EU)에서 프랑스 정부의 지원금을 모니터한다.
-- 정부 지원금 때문에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을 우려도 있을 것 같다. 보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노하우가 있나.
▲ 법으로 보도의 독립을 보장받는다. AFP는 보도에서 완전히 독립적이다. 주주가 없는 매우 독특한 기업이다. 정부의 간섭도 전혀 없다. 노란조끼 위기 때 AFP는 경찰에 의해 상처 입고 다친 시위대 영상을 내보냈다. 이런 게 우리의 일상적인 보도 방식이지만 정부 측 비판은 없다. 정부 지원금은 오로지 세계 각지의 뉴스를 커버하는 우리의 능력에 상응한다. 다만 이익이 생기지 않는 지국이라고 해서 우리 마음대로 폐쇄할 순 없다. 그리고 우리는 지원이 있는 모든 곳에 있어야 한다. 편집권에 있어 우리는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 정치적 영향력의 차단이 법만으로 가능한가. 지원금 지급 방식에 어떠한 보호책이 있는 것은 아닌가.
▲ 정부 지원금은 보도의 독립과 무관하며 지역 취재망 유지와 관련돼 있다. AFP는 보도의 완전한 독립으로 유명하며 관련 논쟁에 휘말린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건 내가 정치인이나 정부 인사로부터 어떤 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들은 우리 보도가 편향적이라고 불평할 순 있어도 관여할 순 없다. 덧붙이자면 나도 경영자일 뿐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도 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기자들은 기자들에 의해 운영되며 이것은 다른 체계다. 이것이 보도의 독립을 지키는 길이다.
-- 세계 3대 통신사인 AFP는 한국에서도 신뢰도와 인지도가 높다. 유럽이나 프랑스에서 연합뉴스의 평판은 어떤가.
▲ 한반도 뉴스에서 정평이 나 있고 한반도나 주변국과 관련한 이슈에 있어선 매우 강하다. 그러나 글로벌 통신사로서 인지도는 아직 높지 않다. 연합뉴스는 AFP와 38년간 아주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오랜 파트너며, 이 지역의 핵심적인 정보원이다.
-- AFP는 평양 직접 취재가 가능한 5개 언론매체 중 하나로 알고 있다. 연합뉴스도 평양지국 개설을 추진 중인데 조언한다면.
▲ 인내심을 가져라. 평양에 상주하는 글로벌 미디어는 현재 AP와 AFP 단 두 곳이다. 덕분에 우리는 북한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지국장이 조만간 열흘 일정으로 사진기자와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데 15번째 방문이다. 평양지국 개설은 매력적인 일이다. 행운을 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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