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신라대·육군53사단과 시스템 시범구축…드론 탐지부터 무력화까지 대응
(부산=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12일 오후 김해공항에서 2km 떨어진 부산 사상구 섬락생태공원. 불법 비행체로 위장한 드론이 뜨자 수초도 지나지 않아 신라대 통합관제실에 빨간색 조명이 켜지고 경보음이 울렸다.
신라대 내 20m 높이의 철탑에 구축된 특수 장비 '안티 드론 솔루션'이 4.5km 거리에 떨어진 불법 드론과 조종사의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안티 드론 솔루션은 반경 18km 내 드론 이륙을 10초 내 포착하고, 드론 및 조종사 위치도 20m 오차 내로 파악한다.
곧바로 통합관제실 화면을 통해 GPS 위치가 확인되자 생태공원 근처에 있던 '5G 가드드론' 2대가 출동했다. 한빛드론 기체에 초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는 SK텔레콤 'T 라이브캐스터' 솔루션과 5G 모듈 역할을 하는 5G 스마트폰을 탑재한 가드드론은 이동 중 촬영영상을 실시간으로 관제실에 전달했다.
5G로 전송된 영상은 최대 10배까지 확대해도 화질이 깨지지 않았다. 불법 드론 하단에 부착된 연막탄에서 빨간 연기가 나오는 것이 금세 확인됐다.
같은 화면을 상황실에서 본 육군 53사단 5분 대기조가 출동해 도착까지 소요된 시간은 드론 탐지부터 7분이었다. 이들이 소총 모양의 재밍건을 불법 드론을 향해 조준, 발사하자 드론이 호버링(공중 정지)을 거쳐 착륙했다. 재밍건은 드론 조종사와 불법 드론 간 전파를 교란, 드론 조종 신호를 탈취하고 강제 착륙시키는 특수 장비다. 고도 500m까지 제압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부산 신라대, 육군 53사단, 드론 솔루션 기업 '한빛드론'과 불법 드론 공동 대응 시스템 및 체계를 시범구축하고 이날 이를 시연했다.
불법 드론을 탐지, 식별하고 추적, 무력화하는 전 단계의 실시간 공동 대응 시스템을 만든 것은 국내 처음이라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탐지, 무력화 단계와 관련한 연구가 되고 있지만 특별히 상용화된 솔루션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영국 개트윅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불법 드론이 침입해 항공 운항이 중단되거나 일왕 즉위식 전날에도 불법 드론이 발견되는 등 위협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외 대부분 기관, 시설들은 맨눈으로 이를 감시하고 안내방송을 통해 경고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 아직 불법드론이 사회문제로 대두한 적은 없지만, 불법 드론의 수는 적지 않다. SK텔레콤과 신라대, 한빛드론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김해공항 주변 드론 비행을 추적한 결과, 김해공항 관제권(공항 반경 9.3km), 낙동강 등 비행금지 구역 내에서 891건의 비행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 신라대, 육군53사단, 한빛드론은 이날 '불법 드론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불법 드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동 기술 개발, 합동 훈련, 대응 체계 고도화를 3년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솔루션을 전국 주요 시설에 확산하고 해외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 최낙훈 5GX IoT/데이터 그룹장은 "드론 교통관리 시스템(UTM)이 개발되면 향후 1∼2년 내에는 개인·상업용 드론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지금부터 불법 드론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산해서 국가종합안전방재체계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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