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없는 새끼 생존 수단…어느 정도 성장해야 나는 새·박쥐와 달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룡 시대에 하늘을 날았던 파충류인 '익룡(pterosaurs)'은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하늘을 날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나 박쥐 등 날것들은 태어나서 어느 정도 성장해야 날아오를 수 있다는 통념을 깨버리는 연구결과다.
영국 레스터대학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대학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언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익룡의 알 화석에 남은 배아 등을 분석해 얻은 결과를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중국 북서부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자치구의 투루판(吐?番)과 하미(哈密) 일대에서 발견된 것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발견된 알 화석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투루판과 하미에서는 약 1억4천500만~1억년 전쯤 익룡 서식지가 갑자기 물에 잠기면서 화석이 된 300개가 넘는 익룡 알이 무더기로 발견됐으며, 이 중 16개는 부화 직전에 있는 것을 비롯해 배아까지 잘 보존된 상태였다.
연구팀은 배아의 다리 길이와 알의 크기, 형태 등을 분석해 배아 초기 때는 알의 크기가 작고 폭이 좁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크기가 커지고 둥글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벼슬이 달린 코에다 날개폭이 3.5m에 달하는 '하밉테루스 티안샤네시스(Hamipterus tianshanensis)'를 비롯한 9종의 익룡 자료를 분석해 골화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익룡의 유사체로 알려진 메추라기와 악어 등의 배아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익룡의 알이 배아 초기 상태임에도 이미 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히 인간의 무명지에 해당하는 익룡 앞발 4번 뼈의 골화가 다른 척추동물과 비교해 빠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뼈는 길고 유연하며 날개 막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윙핑거(wing finger)'로도 불린다.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이 뼈가 가장 늦게 경화하지만, 익룡은 "매우 이른 시기에" 골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익룡이 이를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비행과 관련한 뼈를 배아 단계에서 발달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익룡이 알에서 부화하면서 바로 날 수 있었으며, 새나 박쥐와 달리 새끼 때부터 어미의 돌봄이 거의 필요치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익룡이 부화하자마자 나는 것은 어미가 새끼를 잘 돌보지 않는 상황에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였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어미의 보호 없이 나는 것은 새끼 익룡들에게는 치명적 위험이 따르는 것이었으며, 이는 화석을 통해서도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익룡 새끼들이 날면서 성장하는 능력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구 역사상 어떤 날것보다 큰 날개를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링컨대학 동물학자 찰스 디밍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결과는 익룡이 새나 박쥐와는 다르며 비교해부학을 통해 멸종된 생물의 새로운 발달 방식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익룡의 배아 발달 상태에 대한 분석은 타당하지만 부화하자마자 날았을 것이라는 결론은 확신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언윈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전하면서, 갓 부화한 새가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며 날 수 있다는 생각은 새에 관한 다른 연구결과를 토대로 볼 때 "상당한 억지"라는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생물학자 케빈 파디안 박사의 평가를 덧붙이기도 했다.
언윈 박사는 이에 대해 "익룡은 새가 아니다"면서 "오늘날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생물과도 진짜로 다른 존재"라고 반박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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