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종료 35년만에 나온 신안선 중국 도자기 57점

입력 2019-06-13 12:35  

발굴 종료 35년만에 나온 신안선 중국 도자기 57점
1980년대 신안선 유물 도굴범 검거…흑유자·청자 등 공개



(대전=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내 수중고고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굴 유적인 '신안선'에 실린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도자기 57점이 발굴조사 종료 35년 만에 나왔다.
문화재청과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오전 브리핑을 열어 전남 신안군 증도면 도덕도 앞 신안해저유물매장해역(사적 제274호)에서 도굴한 중국 도자기를 1983년부터 숨겨 보관한 A씨 검거 사실을 발표하고 해당 유물을 공개했다.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신안선에서 나온 도자기들과 형태나 구성이 매우 흡사하다"며 "피의자가 '신안선 발굴 유물'이라고 언급하며 팔아넘기려 했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중국 원나라 무역선인 신안선은 1323년 중국 저장성 경원(慶元, 오늘날 닝보)에서 일본 하카타(博多, 오늘날 후쿠오카)로 가다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반도는 경원과 하카타를 잇는 항로에서 벗어났지만, 배가 신안 바다에 가라앉은 이유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길이 28.4m, 너비 6.6m인 선체에는 다양한 교역품이 실렸고,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유물 2만4천여점과 28t 무게 동전 800만개가 육지로 올라왔다.
신안선 유물 중에는 중국에서 제작한 도자기가 가장 많은데, 이번에 회수한 문화재도 모두 중국산 도자기다.
저장성 용천요(龍泉窯)에서 만든 청자 46점을 비롯해 푸젠성에서 생산한 백자 5점, 장시성 경덕진요(景德鎭窯)에서 제작한 백자 3점, 검은 유약을 바른 흑유자(黑釉瓷) 3점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유물은 흑유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작년 6월부터 지난 2일까지 180점을 특별 공개하기도 한 신안선 흑유자와 거의 같다.
흑유자 3점 중 1점은 푸젠성 건요(建窯)에서 제작했고, 2점은 차양요(茶洋窯)에서 만들었다. 건요에서 생산한 사발인 흑유완(黑釉碗)은 남송 다완(茶碗)으로 골동품 성격이 강하며, 원대에 생산한 차양요 흑유완은 그 대용품으로 알려졌다.
도자사를 전공한 심지연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건요 흑유잔은 검은 유약에 토끼털 모양이 남아 있다고 하여 '토호잔'이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했다.
용천요 도자기 중에는 작은 접시가 가장 많지만, 청자 구름·용무늬 큰접시와 청자 모란무늬 병, 청자 물소모양 연적처럼 가치가 높은 문화재도 있다.
심 위원은 "신안선 유물은 약 60%가 용천요 청자"라며 "용천요는 중국 최대 청자 생산지로 북송부터 명나라까지 발전했는데, 13∼14세기에는 바닷길을 통해 멀리 아프리카까지 수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용천요 청자는 원나라 시기가 되면 크기가 커지고 장식이 많아진다"며 "회수 유물 대부분은 가마에서 막 꺼낸 것처럼 보존 상태가 좋아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일본으로 도자기를 가져가 판매하려다 지난 3월 20일 체포됐다. 그는 장롱에 보관한 문화재들이 신안선 유물이 아니라 어머니 유품이라고 주장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때에는 그 발견자나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소유자·점유자·관리자가 형태를 변경하지 말고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한다.
한상진 반장은 "회수 유물은 국가에 귀속해 국공립박물관에서 보관할 예정"이라며 "경찰과 공조 수사를 통해 문화재 불법 유통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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