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특공대·응원단도 있다…그래서 정정용호는 '원팀'

입력 2019-06-14 07:37   수정 2019-06-14 14:50

[U20월드컵] 특공대·응원단도 있다…그래서 정정용호는 '원팀'
"떼창은 퇴근길 우리 팀 문화"



(우치[폴란드]=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에는 '특공대'도 있고, '응원단'도 있다. 한국축구의 미래들이 '원팀'으로 새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다.

우리 대표팀은 16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경기장에서 우크라이나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멕시코 4강 신화를 36년 만에 재현한 뒤 한국축구 사상 FIFA 주관 남자대회 첫 결승진출이라는 위업도 이뤘다.
이제 우크라이나마저 꺾으면 FIFA 남자대회 첫 우승 및 아시아 국가로는 이 대회 첫 챔피언이라는 새역사까지 쓴다.
이번 대회에는 21명의 태극전사가 뛴다.
연장까지 120분도 모자라 승부차기에서 승패가 갈린 세네갈과의 8강전을 포함해 이번 대회 4강까지 6경기를 치르면서 골키퍼 이광연(강원)과 왼쪽 수비수 최준(연세대)은 전 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출전시간만 570분이다.
하지만 골키퍼 세 명 중 최민수(함부르크), 박지민(수원)과 수비수 이규혁(제주)은 아직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수비수 이상준(부산·1경기 2분)처럼 출전은 해봤지만 넉넉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루블린에서 4강전을 치른 대표팀은 13일 우치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뒤 14일 오전 회복훈련을 하며 폴란드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다.

에콰도르전 주전 조와 비주전 조로 나뉘어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훈련에서 선수단 분위기는 늘 그렇듯 밝고 활기찼다.
포르투갈과의 1차전 이후 모처럼 에콰도르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던 고재현(대구)은 훈련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 "팀 분위기는 당연히 최고다. 자신감도 최고조에 와 있고. 잘 준비만 하면 결승전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결승전은 내 인생에 한 번뿐이니까"라며 출전 욕심을 내보였다가 "못 뛰더라도 항상 팀을 위해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를 못 뛰었을 때 감독님이 '벤치에 있는 애들이 특공대다. 너희들이 잘 준비해야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신다"면서 "선수마다 각자 해야 할 역할이 있고, 못 뛰게 된다면 그라운드에 있는 친구들이 한 발이라도 더 뛸 수 있게 밖에서 파이팅이라도 외쳐주겠다"고 덧붙였다.
고재현에 따르면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정정용 감독이 벤치 멤버들에게 '특공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
고재현은 "(이)규혁이가 응원단장이고, 나는 특공대장을 맡고 있다"고도 했다.

이규혁은 애초 최종엔트리에서 빠졌으나 소속팀 사정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된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의 대체 선수로 발탁돼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출전 기회가 이규혁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재현은 "항상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나도 첫 게임에 선발로 나왔다가 세 경기를 못 뛰었는데,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가지 못한다는 건 마음 아픈 일이다. 팀이 승리하니까 기쁘면서도 나는 못 뛰니까 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면서 "규혁이는 우리를 더 생각해주는 선수다. 숙소에서 표정도 전혀 어둡게 하지 않고 '수고했다'고 말해준다. 밝은 모습 안에 있는 어두움도 나는 잘 이해하기 때문에 더 잘 챙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에콰도르와 4강전 승리 후 숙소로 돌아갈 때 팀 버스 안에서 선수들이 '떼창'을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축구도 잘하지만 한 팀으로 대회를 즐기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고재현은 "퇴근길 우리 팀의 문화가 됐다"고 웃었다.
그는 신나는 음악보다는 우리가 모두 다 아는 노래, 다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를 모두가 DJ가 돼서 고른다. '그리워 그리워'(노을), '가족사진'(SG워너비) 등 그날그날 스마트폰에서 스피커로 연결해서 부른다"면서 "부르면서 흥겹기도 하지만 가슴이 뭉클해서 눈물이 날 뻔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hosu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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