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젊음·감성의 거리'로 거듭난 청주 '운리단길'

입력 2019-06-16 08:00  

[통통 지역경제] '젊음·감성의 거리'로 거듭난 청주 '운리단길'
맛집·카페 속속 입점 '데이트 필수 코스'로 부상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추진…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모색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전국적으로 '○리단길' 열풍이 거세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맛집은 물론 다양한 분위기의 카페와 상점이 속속 들어선 거리에 붙은 이름이다.
충북 청주에도 이런 열풍이 불고 있다.

공동화된 구도심에서 '젊음과 감성,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는 '운리단길'이다.
운리단길은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흥덕초등학교를 거쳐 운천신봉동주민센터를 잇는 거리다.
택지개발이 시작된 1985년 흥덕초는 재학생이 2천명에 달하는 큰 학교였다.
하지만 2010년께부터 도심 공동화가 진행되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 주변 상가도 쇠락해져서 상가 곳곳에 임대를 알리는 글이 나붙었다.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금속활자 전수교육관, 근현대인쇄전시관 등이 들어선 이 일대가 2007년 '직지 문화 특구'로 지정된 것도 지역 상권에 독이 됐다. 문화 특구이다 보니 개발에 따른 규제가 많이 적용된다.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청주 흥덕사지에서 인쇄된 점 등을 고려해 직지 문화 특구로 명명됐다.
이 같은 운리단길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 것은 2017년께부터다.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희귀한 고가구와 도자기 등이 전시된 공방도 등장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와 비슷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운리단길에 다시 생기가 돌게 된 것은 젊은 창업자가 하나둘 모여들면서다. 청주고인쇄박물관 등 주변에 볼거리가 많은 데다 가게 임대료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이 일대가 운리단길로 불렸다.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선 필수 데이트 코스로 떠올랐다.
운리단길에서 낡은 단독주택을 개조해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직지 특구 내 골목상권이라는 점에 착안, 상가마다 문화 콘텐츠를 입히려 노력했다"며 "차별화된 콘셉트 때문에 다시 찾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활기를 되찾은 거리에 청주시도 힘을 보탰다.
시는 지난해부터 운리단길을 중심으로 운천·신봉동 일원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오는 2021년까지 166억원(국비 99억원, 도·시비 67억원)을 들여 구루물(운천동을 일컫는 옛말) 아지트·디지털 헤리티지 체험마당·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고 마을 안전·편의시설 확충 등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운천동에 2021년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계기로 이 일대를 '직지'를 넘어 '기록문화'의 중심지로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운리단길 골목상권은 최근 행정안전부 주관 '지역 골목 경제 융·복합 상권개발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시는 행안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확보한 10억원으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 연계한 특화 거리 조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운천동 일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 융·복합 상권개발사업은 상인과 주민들이 주도해 쇠퇴한 골목상권을 되살리는 지역 공동체 사업"이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어느 곳이든 뜨는 길이 거의 피해가지 못한 '젠트리피케이션'이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상가 내몰림'으로도 불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상권 활성화 이후 상가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상권을 떠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부작용을 막고자 민·관이 머리를 맞댔다.
청주 지역 도시재생 사업 전반을 지원하는 시 산하 기관인 도시재생허브센터를 중심으로 건물주연합회, 임대상인연합회, 상가번영회가 모여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선 저마다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일정 기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도시재생허브센터 관계자는 "청주의 대표 도심재생 지역인 '중앙로 차 없는 거리'는 관 주도 사업이지만 운리단길은 주민과 지역 상인의 노력으로 다시 활기를 찾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운리단길을 중심으로 한 운천동 일대가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부작용 없이 완전히 되살아날 때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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