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찰의 부실수사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터져 나오는 일련의 제보나 발표 등을 보면 경찰의 부실수사는 '실력 부족'을 넘어 가해자 등과의 '유착'이 의심되는 수준이어서 경찰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한심한 행태가 계속 드러난다면 경찰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가장 최근 나온 의혹은 지난 2016년 가수 비아이의 마약구매·투약 의혹과 관련한 것이다. 당시 비아이가 마약구매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 연습생 출신 한서희 씨는 14일 SNS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채 비아이의 마약구매 요청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 수사가 이루어지던 당시 소속사인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자신을 불러 진술번복을 하도록 협박했고, 경찰 유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씨의 변호사도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주장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공익신고 돼 있다고 전했다. 신고내용의 진위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지만 경찰이 한 씨의 진술번복만으로 비아이에 대해서는 한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기본적인 조사조차 외면하는 바람에 YG와의 유착 때문이 아닌가 의심을 사고 있다.
3년 전 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도 부실수사를 한 것이 확인됐다. 피해여성의 고소장을 접수한 성동경찰서 A경위는 범죄사실이 들어있을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우선 확보해야 했는데 오히려 정 씨의 변호사와 결탁해 "휴대전화를 분실한 걸로 쉽게쉽게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결국 사건은 17일 만에 마무리됐다. 몇 달씩 걸리는 성범죄 수사 기간과 비교하면 아주 신속하게 끝낸 셈이다.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동료 경찰관조차 "이해 안 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경찰은 A경위와 정 씨 변호사를 직무유기 공범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유착 여부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 주거지와 계좌 내역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식사 접대 외에 금품 등이 오간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착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이를 밝히지 못하니, 실력부족 또는 제식구감싸기를 또 의심하게 된다.
불과 두 달 전인 4월 17일 경남 진주의 안인득 방화 살인사건 때도 경찰의 부적절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살인사건이 나기 전 이웃들의 신고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경찰은 증거자료를 주민들이 제출해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참변을 당한 윗집 딸의 신변보호 요청도 묵살했다. 최근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제주도 고유정사건 역시 수사 초기 경찰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시민들이 위험하거나 억울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하고, 의지하게 되는 민생의 뿌리와 같은 조직이다. 치안과 정의구현을 위해 가장 먼저 출동하고 가장 현명하게 대처를 해줘야 한다. 이런 경찰이 실력이나 의지가 부족하거나 나아가 돈이나 권력과 결탁해 움직인다면 불의를 당한 시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경찰의 부실수사나 유착 등을 근절하지 못한다면 정의사회, 민주사회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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