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우박에 병해충 창궐…'널뛰는 날씨' 과일 농사 비상

입력 2019-06-15 07:17  

냉해·우박에 병해충 창궐…'널뛰는 날씨' 과일 농사 비상
'과수 구제역' 화상병 번져 충남북·경기 과수기반 '흔들'
장마철 돌발해충 확산도 우려…"철저한 소독·예찰이 최선"

(전국종합=연합뉴스) 봄철 냉해와 뒤이은 폭염, 때아닌 우박 피해 등 널뛰는 날씨로 인해 과일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까지 확산되는 추세여서 농민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상기후와 병해충 때문에 제대로 된 과일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농민들은 "자식 돌보듯이 정성을 쏟았는데, 하늘도 무심하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온다습한 장마가 시작될 경우 과일 농사에 피해를 주는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같은 외래 해충이 급속히 번질 가능성도 있다.
당국이 농민들에게 꼼꼼한 예찰과 방역을 당부하면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과수 구제역' 화상병 확산에 과수기반 흔들
나무를 뿌리째 뽑아 묻어야 하기 때문에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화상병은 충북과 충남, 경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충북 과수원 46곳에서 이 병이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작년(29.3㏊)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32.57㏊에 이른다.
경기 안성 7곳(피해 면적 3.9ha)과 충남 천안 5곳(〃 2ha)에서도 이 병 발생이 확인됐다.
과수 생산기반을 흔들 정도로 화상병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지만 마땅한 예방법이나 치료약제는 없다.

충주 산척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모(63)씨는 "화상병 예방을 위해 살균제 소독만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안에서 피해를 본 배 과수원 주인은 "갈아엎은 2천여㎡의 배밭을 자식 키우듯 신경 써 가꿨는데…"라며 차마 말을 잊지 못했다.
강원 춘천 남산면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는 '가지검은마름병'이 발생했다.
이 과수원에 있는 사과나무의 1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나무 전체가 매몰 처리됐다.
나무의 잎과 줄기가 검게 마르는 이 병 역시 화상병처럼 마땅한 약제가 없다.
밭 주인 황모(85)씨는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지 않은 과수원을 보니 눈앞이 캄캄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복숭아·고추 재배 농가도 '비상'
경북 청도, 경산, 영천 복숭아밭에서는 가지가 마르는 잿빛무늬병이 발생했다.
개화 시기에 찾아온 저온피해와 지난달 잦은 비 탓에 잿빛무늬병이 확산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앞서 이 지역에서는 지난 4월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14개 시·군 2천259ha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 옥천과 경북 안동에서는 고추 생육에 치명적인 토마토 반점 위조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칼라병'으로 잘 알려진 이 바이러스는 토마토와 고추를 비롯해 1천200여 종의 식물에 피해를 준다.

◇ 때아닌 우박에 경기·강원 일부 농경지 '쑥대밭'
때아닌 우박도 병해충 못지않게 큰 피해를 냈다.

지난 6일 경기 이천 장호원읍 일대에 지름 5㎜가량의 우박이 2∼3분 쏟아지면서 배·복숭아 과수원 23곳(27ha)이 '쑥대밭'이 됐다.
현장 조사 결과, 전체 열매의 45%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일에는 강원 원주·횡성 일부 지역에 지름 5∼6㎜의 우박이 쏟아지면서 농경지 30㏊가 피해를 봤다.
새 부리에 찍힌 것 같은 흠집이 생겨 상품 가치가 떨어지자 농민들은 "키워봤자 내다 팔 수 없다"며 한숨만 지었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미국선녀벌레와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등 외래 해충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다행히 발생 면적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일부 시·도 농업기술원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들 농업기술원은 공동방제 기간을 설정하고 집중 방제에 나서는 등 돌발 해충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병해충 확산을 막는 지름길은 철저한 소독과 예찰뿐"이라며 "병해충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주영, 심규석, 양지웅, 이승형, 최찬흥 기자)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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