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녹스, 룸메이트 살인혐의 4년 복역…8년만에 첫 방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지난 2007년 11월 2일 이탈리아 중부 도시 페루자의 한 아파트에서는 영국인 여대생(당시 21세)이 흉기에 수십차례 찔리는 등 잔혹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곧이어 그의 룸메이트인 미국인 교환학생 아만다 녹스(당시 20세)는 용의자로 체포·기소되면서 8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5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은 잔혹한 살해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2명의 남성이 개입되고, 녹스가 마치 섹스에 중독된 여성으로 묘사되면서 이탈리아와 영국, 미국은 물론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2011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고국으로 돌아갔던 녹스(31)가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로 처음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녹스는 이 사건으로 약 4년 복역했다.
20대의 황금기를 끔찍한 사건 속에서 보낸 녹스가 이탈리아로 돌아온 것은 오는 15일 이탈리아 북부도시 모데나에서 열리는 '형사 사법 페스티벌'(Criminal Justice Festival) 행사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유죄 낙인과 오심 문제에 관심을 둔 '이탈리아 이노센스 프로젝트'라는 단체가 모데나 지역 변호사들과 함께 여는 것으로, 녹스는 행사 중 '언론에 의한 재판'이라는 제목의 소토론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행사 주최자 중 한 명인 귀도 솔라는 미 CNN 방송에 "아만다 녹스는 법정에서 재판이 이뤄지기 전에 언론이 벌인 재판의 상징"이라며 "아만다는 법정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야만적인 언론재판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대중의 마음에는 아직도 유죄"라고 말했다.
녹스는 지난달 트윗을 통해 언론의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이탈리아인들에게 자기 뜻을 전하겠다며 행사 참가 수락 취지를 밝혔다.
녹스는 지난 12일 온라인 글에서는 검찰이 자신을 "섹스에 사로잡혀 있는 요부"로 묘사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녹스가 룸메이트에게 자신의 남자 친구 및 아프리카계 이웃집 남성 등과 집단 성관계를 요구했다가 싸움이 벌어져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결론짓기도 했다.
녹스의 변호인 측은 당시 언론의 광적인 보도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한편 지난 1월에는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사건 초기 녹스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탈리아 정부에 1만8천400 유로(약 2천5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녹스는 ECHR 판결 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건 직후 변호사나 통역 없이 10살 아이 수준으로 이해하는 언어로 닷새에 걸쳐 무려 53시간을 조사받았다"며 "경찰에게 누가 커쳐(룸메이트)를 죽였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기억해내라'는 말과 함께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2011년 미국으로 돌아간 녹스는 거액의 회고록 출판 계약을 맺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일약 유명인으로 떠올랐고, 룸메이트 가족과 진실을 둘러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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