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내재화·공장 무인화로 수익성↑…"개발팀 싹 다 내려왔다"
(부산=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칩이 한줄로 빠져나와 원형 유리 위에 자리를 잡는다. 손목만 한 측정기가 나열된 칩들을 1초에 100개씩 정밀하게 살펴 불량을 가려낸다.
이런 기계를 한 사람당 8개씩 맡아 관리한다. 사람이 없어도 설비는 24시간 돌아간다.
지난 13일 찾은 삼성전기[009150]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부산공장은 무인(無人) 생산기지에 가까웠다.
2012년 부산에 처음 자리 잡은 컴포넌트 전장개발그룹장 정해석 상무는 "우리 목표는 무인 공장화"라고 강조했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가운데 부산에 거처를 마련한 곳은 그가 속한 전장개발그룹이 유일하다.
정 상무는 "생산라인과 밀접하게 연계해 개발속도를 올리려고 전원이 모두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에 공개된 1공장도 그의 개발그룹이 밀착 관리하는 전장용 MLCC를 생산한다.
MLCC는 쉽게 말해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만 안정적으로 내보내 반도체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부품이다.
공정은 크게 14단계로 나뉘는데, 먼저 원료를 액상 형태로 적절히 배합해 시트(sheet) 모양으로 만들어 납작하게 내보낸다.
이후 유전체로 이루어진 시트 위에 내부전극을 올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시트를 원하는 수만큼 층층이 쌓아 올린다.
정 상무는 '관건은 얼마나 얇게 만들고 층을 얼마나 높이 쌓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4년 입사했을 때는 200층이 어려워서 허덕였는데, 지금은 1천층까지 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쌓기 공정'까지는 공기 중 이물질을 엄격하게 차단한 클린룸에서 진행된다. 그다음으로는 층층이 쌓인 물체를 밀착시키기 위한 압착 과정이 진행된다.
이어 크기에 따라 적게는 수천개, 많게는 수만개의 MLCC로 자른 다음 1천200도 이상에서 가열한다.
정 상무는 "열처리 과정이 전체 공정 가운데 시간이 가장 많이 든다"며 "10시간에서 20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제품이 깨지지 않도록 연마하고, 외부전극을 도포, 다시 열처리한 뒤 도금하고 불량을 골라내는 과정도 거친다. 모두 자동화된 공정이다.
완성된 MLCC 크기는 0.4㎜×0.2㎜부터 5.7㎜×5.0㎜까지 다양하고 전장용은 스마트폰용보다 크게 만들 수 있는 대신 높은 안전성을 요구한다.
전장용 MLCC가 원재료 배합에 있어 다른 MLCC와 차별화돼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 상무는 "MLCC의 핵심은 원재료"라면서 "최근 부산사업장에 원재료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가동되고 있는 1, 2공장에 이은 세 번째 원재료 공장으로 삼성전기는 증설을 통해 내재화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사업장은 약 26만㎡ 규모의 생산기지로 1999년부터 MLCC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를 양산했다. 지난해 5공장을 전장 전용 공장으로 증설해 올해부터 가동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부산사업장은 전장 MLCC 사업의 본격 육성에 대비해 지난해 1천명의 인력을 신규채용했고 투자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삼성전기의 MLCC 생산기지는 각각 수원, 부산, 필리핀, 중국 등이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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