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습격' 동참했다는 탈북자, 美언론 익명 기고…주도자 수사중단 요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동참했다는 익명의 탈북자가 대사관에 걸려있는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 액자를 자신이 깼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미 폭스뉴스에 실었다.
1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북 대사관 습격사건을 감행한 반북단체 '자유조선' 회원이라는 익명의 탈북자는 '우리는 자유에 닿으려는 사람들을 도우려 엄청난 위험을 무릅썼다. 왜 미국과 스페인은 우리를 처벌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탈북자는 자신이 지난 2월 22일 사건 당시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대사관에 있었으며 벽에 걸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 액자를 깼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을 가난과 압제와 기아로 몰고 간 지도자들의 얼굴이 벽에 걸려있었다. 자신들은 사치품으로 살찌우고 세계를 핵무기로 위협하면서 우리를 동물로 만들었던 자들이었다"면서 "나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초상화 액자를 바닥에 내던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누구도 내게 반대하거나 나를 저지하지 않았고 사실 나를 독려했다"면서 "수많은 (북한) 사람들을 대신하는 것 같았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내 마음속 사슬도 부서지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중에 자신의 이러한 행위가 평양의 고급호텔에서 사전검열에 걸리기 전에 BBC방송을 통해 방송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고자의 주장이 맞는다면 자유조선이 3월 20일 북한 영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공개한 영상 내 인물과 동일인일 가능성이 크다. 당시 자유조선은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성이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 액자를 깨는 모습을 공개했다.
기고자는 사건 당일 자신이 북한대사관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는 이미 내부에 들어가 있었으며 벨을 누르자 문이 열려 안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조국 땅을 밟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한 채 수년을 지내온 탈북자로서 북한 영내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외교관의 탈북을 돕기 위해 대사관에 갔던 것이며 이는 '공격'도 '습격'도 아니었고 탈북 지원을 위해 대사관행을 요청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시 대사관에서 북한 외교관들과 그의 '팀' 사이에 몇 시간 동안 논의가 진행됐으며 자신이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해치거나 (자료를) 훔칠 의도였다면 왜 몇 분 만에 떠나지 않았을까. 왜 밤에 침입하지 않았을까. 왜 자발적으로 이후에 미 연방수사국(FBI)과 만났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습격을 주도한 에이드리언 홍 창이 왜 FBI와 접촉했는지, 습격 이전부터 FBI와의 접촉이 있었던 것인지 등은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 당국에 지명수배 중인 홍 창과 주도자 중 한 명으로 이미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 등은 영웅이라며 스페인과 미국 당국이 이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