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는 배후조사 주장…학생 "민주주의 상기시키려 스스로 한 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고교생들이 만든 정치풍자 작품에 군부 실력자가 발끈하고 경찰은 학교까지 찾아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태국 언론들이 15일 전했다.
일간 방콕포스트와 인터넷 매체 카오솟 등에 따르면 태국 북동부 농카이 지역 경찰은 지난 13일 관내 한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12학년 학생 5명이 스승의 날 행사를 맞아 만든 꽃장식 쟁반 작품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직후였다.
이 중 하나는 '정의의 저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울어진 저울 모양이었다.
무거운 쪽에는 '250표'라고 적힌 판지가, 가벼운 쪽에는 '수백만 표'라고 적힌 판지가 각각 놓여 있다.
지난 5일 상·하원 합동 총리선출 투표에서 상원의장을 제외한 상원의원 전원이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지지해 재집권의 '일등공신'이 된 것을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한 작품은 군인과 괴수가 민주주의 기념비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경찰은 그날 오후 바로 학교를 찾아가 해당 작품을 만든 학생들과 사회 과목 교사를 만났다.
경찰 측은 "경찰관들이 학교를 방문했지만 단지 일상적인 점검이었을 뿐이었다"면서 "학생들에게 작품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서 지우라고 지시하거나 겁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학교 교장은 "경찰이 학생들에게 작품 사진을 모든 소셜미디어에서 지울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논란은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전날 학생들의 작품을 비난하면서 더 커졌다.
쁘라윗 부총리는 "이번 일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고 믿고 있다. 어떻게 아이들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먼저 조사를 해야 한다. 다만 표현의 자유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작품을 만든 학생 중 한 명은 언론에 "누군가에게 결례가 되는 행동을 하려던 게 아니다"라며 "요즘에는 민주주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사랑한다. 민주주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모두에게 상기시키려 민주주의 관련 작품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울 모양 작품은 총리선출 과정에서 시민들의 표와 상원의원들 표간 불균형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누구도 우리에게 이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군부진영 총리후보였던 타나톤 중룽르앙낏 퓨처포워드당 대표는 논란에 대해 "민주사회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책임 있는 이들이 설명해야 할 것"이라면서 내주 의회가 문을 열면 당이 이 문제를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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