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광장은 '보랏빛 물결'…28년만에 또 대규모 차별 반대 시위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스위스 여성 수십만 명이 14일(현지시간) 성차별 없는 임금과 대우를 요구하며 전국적으로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AP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지역별로 취리히 7만 명, 로잔 6만 명, 베른과 바젤에서 각각 4만 명, 제네바 2만 명 등이 참가했다.
취리히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기차 중앙역 부근 도로들을 봉쇄했고, 수도 베른에서는 여성 의원들이 시위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
제네바의 경우 베르트랑 공원에는 직종별 성비 불균형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플랑팔레 광장은 쏟아져 나온 수많은 여성으로 '보라색의 바다'로 변했다.
로잔에서는 수백 명의 여성이 시내로 나와 나뭇더미에 불을 붙이고 넥타이와 브래지어 같은 물품을 불 속으로 던졌다.
시위에는 여성뿐 아니라 기업들도 동참했다.
바젤에 있는 로셰 타워는 조명으로 이번 시위의 로고를 건물 외벽에 표시했고, 식당과 상점들은 자주색 풍선을 매달며 이번 시위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16개 스위스 칸톤(州)으로 구성된 연방 노조연합(USS)은 성명을 내고 "2019년 6월 14일은 스위스의 최근 역사 중 가장 큰 정치적 사건이 일어난 날"이라며 "여성 수십만 명이 종일 행동과 파업, 작업 중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여성들의 파업과 시위는 지난해 스위스 의회에서 성별 간 동일 임금의 원칙을 더 철저히 지키게 하겠다면서도 '직원 100명 이상 기업'에만 이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여성 노동자들은 '사실상 의미 없는' 조치라며 반기를 들었고, 스위스 전역의 여성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여성 파업'(Frauenstreik)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반발 움직임을 확산했다.
실제로 스위스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여성 노동자는 비슷한 업무의 남성보다 평균 12%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위 주최 측은 여성들에게 임금이 적은 만큼 남성보다 짧게 일해야 한다며 평소보다 이른 오후 3시 24분에 작업장을 떠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시위는 1991년 6월 14일 수십만 명의 스위스 여성이 남녀 차별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선 지 꼭 28년 만에 다시 열렸다.
1991년에 이어 이날도 시위에 참여했다는 마뉘 봉디(68)는 AFP통신에 "1991년에는 낙태 관련 시위였으나 오늘은 무엇보다도 평등한 임금 관련 시위"라며 "여성들이 일하는 만큼 임금을 받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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