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근무 활성화 차원"…"서울 가고 싶어 가는 것 아닌데" 고충 토로도
(서울 세종=연합뉴스) 김성진 신호경 이유미 기자 = 지나치게 잦은 서울 출장을 막으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한달간 세종에서 가장 오래 업무를 본 국장 순위를 공개하는 고육책을 냈다.
17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12일 내부 게시판에 '세종 중심 근무여건 조성을 위한 복무관리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5월 한 달간 근무시간에 세종청사를 떠나지 않고 자기 자리를 가장 오래 지킨 국장 5명을 발표했다.
총근무 일수 대비 세종 근무일수가 가장 높은 산업부 국장은 1위가 감사관이었고 그 다음이 비상안전기획관, 통상국내정책관, 투자정책관, 소재부품산업정책관 순이었다.
해외 및 지방 출장을 뺀 세종 및 서울 근무일수 대비 세종 근무일수로 계산했을 때는 감사관, 통상국내정책관, 비상계획관, 통상정책국장, 투자정책관 순으로 이어졌다.
해외출장이 잦아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은 통상정책국장이 순위에 오른 것은 분모에 해당하는 근무일수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사후분석도 곁들여졌다.
이번 세종근무 최장 국장 순위 공개는 포상이나 인사고과에 반영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환 산업부 기조실장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서울 출장을 줄이고 세종 체류를 가급적 오래하라는 차원에서 실적 체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사혁신처에서 각 부처에 세종근무 활성화 지침이 내린 것이 이번 순위 공개의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팀장급 및 사무관급에서는 대체로 세종 근무를 열심히 하라는 취지로 이해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산업부 한 관계자도 "인사혁신처 지침에 따라 최근 성윤모 장관도 세종 관사에서 자주 묵는다"며 "세종 근무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성 장관도 서울에 있는 경우 국·과장들에게 굳이 서울로 올라오지 말고 영상으로 보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에 집을 두고 있는 한 과장은 "일의 성격상 지방 출장을 자주 다녀 두달간 출장비가 100만원 넘게 들었다"며 "세종에 있다 보니 강원도를 제외하고 전국 어디든 2∼3시간 내로 갈 수 있는 점은 편하다. 모바일로 소통하기 때문에 정보가 그리 부족하지도 않고 세종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산업부 공무원 사이에선 대체로 상경 근무의 불가피성과 근무 중 잦은 이동에 대한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더 강했다.
한 과장급 간부는 "통상 국회가 열리면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서울에 올라가야 하고 청와대 업무보고도 월 2차례 정도 예정돼 있다"며 "세종에 더 남아있으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작 서울에 올라와야 일을 하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국·과장들의 서울 출장이 잦다 보니 하루 동안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횟수에 따라 한차례면 'I'형, 세 차례면 'N'형, 네 차례면 'W'형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중 서울에 주거지를 두고 출퇴근하는 'W'형은 아침에 세종으로 내려와 근무하다가 다시 서울로 출장온 다음 세종에 내려갔다가 마지막에 서울로 퇴근하는 경우다.
특히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영상보고보다는 대면보고가 의사 전달이 더 잘 된다고 보고 서울로 올라가 보고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집이 서울에 있는 다른 중견 과장은 "세종을 오가느라 힘들다"며 "최근 동료 과장 2명이 일을 그만뒀는데, 서울과 세종을 하도 오가다 보니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자기가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부 고참급 공무원들은 신참 때부터 세종에만 계속 머물 경우 서울 '중앙'과 업계간 원활한 네트워크를 못 맺은 채 그냥 안온한 '세종 시골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자조섞인 우려도 한다.
한 사무관은 "세종 근무 독려 취지는 알겠는데 굳이 1천명 넘게 보는 부내 게시판에 공지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더구나 감사관이나 비상계획관은 업무 특성상 당연히 세종 근무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순위 매기는데 너무 기계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무총리실, 감사원이 참여하는 '공직기강 협의체'는 최근 서울 출장이 잦은 세종청사 고위급 공무원들을 상대로 출장 경위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들이 산업부처럼 국장들의 세종근무 '실적'을 조사하거나 순위를 게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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