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호트뉵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2월 총선 후 연정구성 난항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소국 몰도바가 지난 2월 총선 이후 연정구성 문제로 심각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존 집권당인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이 14일(현지시간) 대거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당 대표인 현지 재벌 블라디미르 플라호트뉵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은 이날 기존 민주당 주도 내각이 자진 사퇴를 발표한 뒤 곧바로 출국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5대의 전용기들이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의 공항을 서둘러 이륙했다고 전했다.
친서방 성향의 민주당은 15일 보도문을 통해 플라호트뉵 대표 등이 새로 들어선 내각의 사정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플라호트뉵은 가족을 만나기 위해 며칠간 출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새로 구성된 내각의 총리를 맡은 마이야 산두 총리는 플라호트뉵이 어디를 가든 그가 저지른 범죄를 밝혀 처벌받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러시아 정치 세력과 친서방 정치 세력이 대립해온 몰도바에선 지난 2월 총선 이후 연정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심각한 정국 혼란이 빚어져 왔다.
지난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주의자당이 35석, 친서방 성향의 정당연합 아쿰(ACUM)이 26석, 역시 친서방 성향의 민주당이 30석을 차지해 어느 정당도 절대 다수당이 되는 데 실패하면서 연정 구성이 난항을 겪었다.
약 3개월간의 협상 끝에 지난 8일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회주의자당이 친서방 정당연합인 ACUM과 가까스로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고, ACUM에 속한 '행동과 연대당' 여성 지도자 산두를 총리로 지명했다.
하지만 파벨 필립 총리가 이끌어온 민주당 주도의 기존 내각은 법률에 정해진 기한을 넘겨 구성된 새 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몰도바 헌법재판소도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도돈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 정지하고 필립 총리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임명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도돈 대통령이 민주당 요구와 헌법재판소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2개의 내각과 2명의 대통령이 공존하는 정치 위기가 조성됐으나 14일 민주당 내각이 자진 사퇴를 발표하면서 정국 수습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몰도바는 총리가 주로 내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권과 군 통수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정치 체제를 취하고 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는 이후 국가 전략 노선을 두고 친러시아 세력과 친서방 세력이 지속해서 대립해 왔다.
350만명 국민의 상당수가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길 바라는 반면, 몰도바와 언어, 역사를 공유하는 루마니아처럼 친서방 노선을 택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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