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송환법 연기 우리에게 책임 떠넘기지 말라"

입력 2019-06-16 14:25  

대만 "송환법 연기 우리에게 책임 떠넘기지 말라"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 연기 이유로 대만을 언급하자 대만 정부는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6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전날 대만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대만과 홍콩 간의 개별 사례의 사법 공조와 범죄인 인도를 넘어선 범죄인 인도법안에 기초한 어떠한 사법적 협력도 진행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인권을 보장하고 평등, 존엄, 호혜의 기초하에서 대만, 홍콩 양측의 사법 협력 제도 수립을 추진해야 사법적 정의의 실현과 인권보장이라는 범세계적 가치를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 연기 이유로 대만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 '책임 전가 및 회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딩윈궁(丁允恭) 총통부 대변인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 같은 핑계는 무책임하고 도덕성이 결핍된 행동"이라며 "정말 납득할 수 없으며 동의할 수 없다"고 15일 말했다.
이어 홍콩 정부는 마땅히 홍콩 시민의 자유민주를 목표로 홍콩 시민들이 바라는 생활과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대만 대륙위원회는 인권 자유와 국가 주권을 침해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만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과 홍콩의 사법 공조 문제를 '하나의 중국'이라는 프레임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를 '사법'이라는 허울로 포장한 것을 절대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캐리 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의 철회를 거절한 것에 대해 지속해서 후속 상황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며 대만과 홍콩이 함께 법치와 인권 등의 가치를 수호하고 청년 세대에 희망의 미래를 건설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8년 2월경 홍콩 국적의 천(陳)모 씨는 대만여행 중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친구 판(潘)모 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후 홍콩으로 돌아갔다.
사건 발생 후 대만 당국은 두 차례의 사법 공조와 한 차례의 범인 인도 요청을 홍콩 측에 요구했지만 홍콩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와 법률상 미비로 인한 수사상의 문제 등으로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2월 홍콩 정부가 홍콩 여성의 살해 사건을 구실로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해 대만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홍콩인 천 씨의 대만 인도를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대만 정부는 민의를 무시한 법안 추진은 원치 않는다며 범인 인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jinbi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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