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시위 중 추락사고 시위자 추도 속 "우릴 죽이지 말라" 구호도 등장
'홍콩판 철의 여인' 케리 람 사퇴 요구도 거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많은 홍콩 시민들이 16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며 다시 대규모 집회에 나섰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시위에 나선 이들은 송환법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면서 '검은 대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부터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는 최소 수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송환법 철폐 요구 집회가 열렸다.
지난 9일 103만명(집회 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열리는 대규모 집회다.
오후 4시 30분 현재 어림잡아도 수십만명 규모로 불어난 집회 참가자들은 빅토리아공원을 출발해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까지 4㎞ 구간을 행진 중이다.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수 킬로미터(km) 거리의 도로를 가득 메워 홍콩 도심이 '검은 바다'로 변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는 묘사했다.
"우린 폭도가 아니다"…홍콩 '검은 시위대' 도심 가득 메워 / 연합뉴스 (Yonhapnews)
1주일 전 시위 때 참가자들은 흰옷을 입었지만, 이날 참가자들은 주최 측의 안내에 따라 검은 옷을 주로 입고 나왔다. 집회 참석자들은 홍콩인들의 저항의 상징물인 '우산'을 펼쳐 들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어린이에서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다양한 홍콩 시민들이 참여했다.
홍콩 재야단체와 야당은 이날 집회에도 100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전날 전격 기자회견을 통해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직후 열리는 것이다.
케리 람 행정장관은 "법안 심의는 보류될 것이며, 대중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홍콩 정부가 단기간 내에 범죄인 인도 법안을 재추진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다.
홍콩에서는 송환법이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추진 동력을 상실하면서 자연스럽게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다시 홍콩 도심에 다시 모여든 시민들은 홍콩 정부가 언제든 다시 송환법 통과에 나설 수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송환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악법 폐지', '학생과 시민들을 사살하지 말라', '우리를 죽이지 말라' 등 내용이 적힌 영어·중국어 팻말과 플래카드를 손에 들었다.
또 시위대는 케리 람 행정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은행원 존 차우는 AP통신에 "우리의 요구는 매우 간단하다. 캐리 람이 사무실을 반드시 떠나고 송환법이 철회되고 경찰이 우리 시민들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사용한 것을 사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인권전선 대표는 "칼은 여전히 홍콩의 심장 근처를 겨누고 있다"며 "캐리 람 행정장관은 단지 칼을 부드럽게 밀어 넣고 있을 뿐이며 3∼4주, 혹은 한 달 뒤에 그는 다시 (송환법)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날 밤 정부 청사 인근 애드미럴티의 유명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홀로 송환법에 반대하는 고공시위를 벌이던 30대 남성 량(梁)모씨가 추락사한 가운데 이날 시위 참석자들은 량씨를 애도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찾아가 꽃과 촛불, 편지를 놓고 고인을 추모하기도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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