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의견수렴…트럼프, 종료 후 부과지시 가능성
中제조업·美소매업 직격…정상회담 통해 제동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이 중국 수입품 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마무리작업에 들어간다.
이번 관세가 집행되면 중국 제조업을 강타하고 미국 가계와 기업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관측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3천억 달러(약 355조9천500억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 공청회를 연다.
USTR은 공청회가 끝난 이후 일주일 동안 의견을 서면으로 접수하는 방식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절차가 끝난 뒤 USTR에 관세부과를 지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천250억 달러(약 385조5천800억원)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표적은 그간 징벌적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채 남아있던 중국 수입품을 모두 합친 규모여서,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 수입품 전체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미국은 이미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상품의 규모는 5천396억7천560만 달러(미국 통계청 집계)로, 현재 중국 제품의 절반 정도가 미국에서 고율 관세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3천250억 달러를 언급하고 있으나 일부 예외품목과 무역수지를 고려할 때 실제 부과 규모는 3천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관세는 그렇지 않아도 경기둔화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제조업에 다시 충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소비재가 대거 포함된 까닭에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부메랑을 맞는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WSJ이 2018년 미국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관세 대상 품목은 3천800여개에 달한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품목은 연간 430억 달러(약 51조원)에 이르는 휴대전화기와 370억 달러(약 43조9천억원)에 달하는 노트북컴퓨터로 분석됐다.
의류와 의류 장신구(277억 달러), 전체 장난감(267억 달러), 신발(141억 달러), 어린이용 세발자전거나 스쿠터(119억 달러), 비디오게임 콘솔(54억 달러), 컴퓨터 모니터(46억 달러), 책(23억 달러)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일부 주요 품목은 중국이 미국 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까닭에 부문별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중국은 미국 내에서 휴대전화기의 82%, 노트북컴퓨터의 94%, 세발자전거와 스쿠터의 85%, 비디오게임 콘솔의 98%를 수출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미국 수입업자들은 이번 관세가 집행되면 제품 가격의 25%에 달하는 현금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낸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제조업 수출업체들에는 역경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용부담 때문에 미국 수입업자들이 거래를 줄이거나 다른 국가 제품을 사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수입업체들은 대체 공급원이 없을 경우 관세 비용을 떠안거나 수출업체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된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관세 비용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거의 모두 전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이런 관측 속에 불안을 느끼는 가운데 특히 미국 소매업체들은 공포를 토로하고 있다.
NYT는 이미 전자상거래 혁명에 따라 타격을 받은 재래식 소매업체들이 신발, 장난감, 의류 등 소비재에 대한 고율 관세를 '재앙'에 비유하며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와 코스코 등 미국 유통 거물들도 싸게 사서 싸게 파는 급성장 사업모델을 재고할 처지에 몰렸다.
이익단체인 전미소매업연맹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의류의 42%, 가정용품의 73%, 장난감의 88%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관세 폭탄의 마무리 절차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과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따로 정상회담을 겸한 무역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중 정상의 담판으로 관세부과 계획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날 WSJ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도 중대한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전망을 제시했다.
로스 장관은 "무역협상을 적극적으로 재개하자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협상이 시작될 때를 위한 새로운 논의 기본규정과 모종의 일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