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19일째다. 사태는 더 확산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초기에는 인천 서구와 중구 영종도에서만 문제가 발생했으나 이젠 강화도에까지 피해가 생겼다. 급식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학교도 최근 이틀 만에 11곳이 늘어 149곳이 됐다. 이 중 99개교는 생수(85개교)와 급수차(14개교)를 활용해 급식하고 있다. 39개교는 빵과 음료수로, 11개교는 외부 위탁으로 급식을 꾸려간다. 주민들도 수돗물을 마시는 건 꿈도 못 꾸고, 설거지를 하거나 먹거리를 씻을 때도 생수를 사용한다. 샤워할 때도 생수를 쓰는 가정이 늘었다. 생숫값이 비싸지만, 수돗물을 못 쓰니 울며 겨자 먹기가 됐다.
참다못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피해 지역 주민 2천여 명이 16일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인천시장과 인천 상수도사업본부장이 공개 사과하고, 보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특히 붉은 수돗물이 계속 나오는데도 "수질엔 이상이 없다"고 발표한 시 당국의 설명에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시는 앞서 1천71곳의 수질을 검사했는데 모두 환경부의 먹는 물 기준치에 적합했다고 밝혔다.
대책은 총체적으로 엉망이다. 인천시가 밝힌 붉은 수돗물의 원인은 수도관로에 가해진 강한 압력이다.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 전기설비 법정검사를 할 때 수돗물 공급 체계를 바꿔야 했는데. 이를 위해 수압을 높였고 이로 인해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수압을 높였더니 관 내부에 있던 녹이나 이물질이 벗겨져 나가 더러운 물이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발표를 보면 사태 원인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납득이 간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일선 학교에서 거즈나 휴지 등으로 수돗물을 찍어봤더니 모두 찌꺼기가 묻어나왔다고 한다. 녹물 필터를 달면 금방 검게 변한다는 증언도 이어진다.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박남춘 인천시장이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며 사과했다. 정수장·배수장 정화 작업 등 총체적인 관로 복구작업에 나서 이달 하순에는 수질을 기존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시는 이전에도 대책에 혼선을 빚었다. 초기 영종도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있자 영종도는 수돗물을 공급받는 경로가 서구와 다르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후 보상 대상에도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자원공사 관로 전문가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영종도도 이번 사태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인정했다. 중앙정부의 대응도 기민하지 못했다. 학교급식의 파행이 이어지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16일 인천을 방문해 특별 교부금을 지원을 약속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8일 현장을 방문해 사고원인 조사결과와 정상화 방안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깨끗한 수돗물은 문명인이 살아가는데 필수 중의 필수요소다. 더러운 물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녹물로 몸을 씻으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건 문명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공공사업체의 기본적 책무다. 인천시나 상수도사업본부가 당장의 비판을 면해보고자 수질검사를 소홀히, 혹은 엉터리로 했다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사태 발생 후 시일이 꽤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이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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