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운전자들, 통학버스 안전실태 경찰 전수조사 첫날 반응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통학버스에 안전장치를 많이 달아놓는다고 사고가 안 날까요? 운전자 입장에서 안전운전할 수 있도록 제도가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지역 통학버스 안전실태 전수조사 시행 첫날인 17일 인천 남동경기장에는 조사 시작 시각인 오전 8시보다 30여분 이른 시간부터 노란색 어린이 통학버스들이 몰려들었다.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들은 경찰 안내에 따라 버스를 나란히 일렬로 주차하고 조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인천지방경찰청·인천시·인천시교육청·교통안전공단·도로교통공단 관계자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간단한 회의를 마치고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는 경찰관 1명이 통학버스 1대씩 맡아 면허 조회, 신고필증 부착 여부, 버스 황색 도색, 어린이보호표시등 설치, 유아용 카시트 장착 등 14가지 항목을 10여분간 점검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통학버스 운전자들은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면허증을 제시하거나 버스에 장착된 안전장치를 구동했다.
의경들은 통학버스에 탑승해 안전벨트 등 안전장치를 시연하며 점검을 도왔다.
조사가 이뤄지면서 각 통학버스에서는 차량 정차 안전등 미작동, 차량 소화기 유효기간 초과, 비상용 망치 미비 등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점들이 잇따라 지적됐다.
조사단은 지적 사항이 나온 통학버스에 '정비 명령'이 적힌 종이를 부착하고 운전자에게 문제점을 정비하도록 지시했다. 지적이 나오지 않는 버스에는 '인증 스티커'를 붙였다.
조사에 참여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지난달 발생한 '인천 축구클럽 통학버스 사고'에 따른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처벌이 목적이라기보다 운전자들에게 안전규정을 잘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불법개조에 대해서는 형사 입건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사에서 통학버스 일부 운전자들은 지적 사항을 수긍하고 보완·정비를 약속했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사고에 따른 정부 대처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규정을 새로 만들고 지키기를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사고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최모(50)씨는 "정부는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규정을 늘려왔지만 이런 것들이 진정 안전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어린이 보호 차량' 푯말 유리창 부착과 신고필증 앞 유리 우측 부착 등 규정은 정작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전 매뉴얼 항목만 늘릴 게 아니라 도로에서 통학버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에서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며 "특히 통학버스 운전자 입장에서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통학버스 운전자 A씨는 "늘어난 안전규정에 따라 여러 안전장치를 설치했지만 모두 자부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는 버스 운영 자체가 어렵다"며 "늘어난 규정만큼 정부가 버스에 금전적인 지원을 해야 운전자들도 나서서 안전을 지키고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한편 지난달 15일 오후 7시 58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앞 사거리 교차로에서 인천 모 사설 축구클럽의 통학용 승합차와 다른 승합차와 충돌해 초등생 2명이 숨지고 대학생 행인 등 5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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