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대로면 30명 옷 벗어야…윤석열 연수원 동기들 일부 잔류 가능성
검찰 내부 큰 동요는 없어…일각선 "조직에 잘못된 신호 줄 것"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검찰 조직에 대대적 후속 인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윤 후보자는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 후배다. 그동안 관행을 따른다면 문 총장 1년 후배인 사법연수원 19기부터 윤 후보자 동기인 23기까지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 외부 개방직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이상 간부 40명 가운데 연수원 19∼23기는 31명에 달한다.
윤 후보자가 예정대로 다음 달 25일 취임할 경우 검사장급 이상 후속 인사는 8월 초순께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직 4명 중 3명이 조직을 떠나는 초유의 인사 태풍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이 때문에 윤 지검장의 동기 또는 선배 가운데 일부가 검찰에 남아 조직 안정화에 힘을 보태는 방안이 거론된다. 신임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보장하기 위해 동기까지 옷을 벗는 게 관행이라지만 예외도 없지 않았다.
2005년 11월 취임한 정상명 전 총장은 안대희 당시 서울고검장과 임승관 대검 차장검사 등 연수원 7기 동기들과 함께 이른바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고 주요 사건 처리 방향 등을 논의했다. 김종빈 전 총장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수용하고 물러나면서 검찰총장 기수가 반년 사이 네 기수 내려간 때였다.
그러나 윤 후보자를 포함해 10명에 달하는 연수원 23기에게 모두 '예우'를 갖춰 붙잡을 자리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가운데 최소 절반 이상은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례없는 기수 파괴 인사에는 '조폭'에 비유되기도 하는 검찰 조직문화를 한 번에 뒤엎으려는 청와대의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검사동일체 원칙이 여전히 작동하는 검찰 조직에서 이 같은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정상명 전 총장 때도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 등 처리 방향을 두고 동기들과 갈등설이 흘러나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수 파괴 인사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는 윤 후보자 지명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인지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다. 한 차장검사급 간부는 "2년 전 '정치 검사'라는 이름으로 검사장 일부를 찍어내고 윤 지검장을 발탁할 때와 비교하면 동요하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며 "윤석열 지검장의 동기 검사장들도 상당수는 당연히 자리를 지키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자가 국정과제인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한 상징적 존재라는 점, 민감한 수사를 도맡는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게 된 점이 결과적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2017년 5월 고검장급이 맡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환원시키면서 윤 지검장을 임명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고검장은 검찰총장 후보군에 오르기 때문에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수사가 왜곡되는 사례가 있어 이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 현직 검사장은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이유로 개혁대상에 올려놓고는 인사권은 그 어느 정권보다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며 "윤 지검장은 주어진 일을 충실히 했을 뿐이지만 이번 인사가 결국 조직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장은 "지금까지 기수문화가 검찰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효과는 있었다"면서 "이번엔 인사로 조직을 흔들겠다는 목적만큼은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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