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후보 23명 중 최소 18명 지지…예산이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학 등록금 경감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 23명 중 최소 18명이 일종의 '대학 무상교육'(free college)으로 통칭되는 등록금 부담 경감 정책을 공약하거나 지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대학 등록금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대학들은 정부의 지원금 삭감을 이유로 거의 매년 등록금을 인상했으며,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됐다.
미국의 대학생 대출은 올해 1조6천억 달러(약 1천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서조차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미국 10여개 주에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소득층 자녀 등록금 면제 등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엄격한 지원 조건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효과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낸 줄리언 카스트로는 모든 공립대학의 등록금 면제를 공약했다.
워런 상원의원은 대학도 다른 각급 학교와 동일하게 "모두가 무료로 수업을 받고 졸업 시 부채를 떠안지 않아야 하는 기본적 공공재"라고 주장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 등은 2년제인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에서 무상 교육을 하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방안을 내놓았다.
이밖에 커스틴 질리브랜드 뉴욕주 상원의원은 공익 근무를 조건으로 등록금을 지원받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등록금 외에 교과서 구매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후보들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오바마 행정부 당시부터 대학 등록금 면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2016년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샌더스 상원의원은 대학 무료화를 주장해 젊은 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고, 그를 제치고 본선에 오른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처음에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으나 이후 유사한 정책을 공약했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현 정부는 대학이 등록금 부채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무상교육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학부모와 대학생이 이용 가능한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의 대출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대학들이 필요 이상으로 등록금을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대선에서는 대학 무상교육이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툴레인대학 소속 경제 전문가인 더글러스 해리스 교수는 "유권자 5명 중 1명꼴로 등록금 빚을 지고 있다"면서 "무언가에 영향을 받는 사람의 수가 다수라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걸림돌은 막대한 예산이다.
워런 상원의원이 주장한 공립대학 전면 무료화에는 10년간 1조2천500억 달러(약 1천48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샌더스 상원의원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연간 470억 달러(약 55조원)가 든다.
두 후보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고 금융가와 부유층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둘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현실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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