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뮬러 특검 해임할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입력 2019-06-17 16:46  

트럼프 "뮬러 특검 해임할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ABC 인터뷰서 주장…해임시도 기록한 뮬러 보고서와 상충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을 해임할 수 있었으나 자신은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몰아내려 했다고 기술한 특검 보고서와는 상충하는 발언으로, 막을 올린 대선 정국에서 논쟁의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공개된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뮬러를 해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뮬러가 지명되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뮬러를) 해임하려고 하지 않았다"면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부정적인 면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대상)로 삼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왜냐하면 나는 리처드 닉슨이 전부 해임하고 다녔으나 그게 너무도 잘되지 않은 것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을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닉슨은 1973년 10월 20일 토요일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하라고 지시했는데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은 이에 따르지 않고 사임했으며 윌리엄 러켈스하우스 법무부 부장관도 복종 대신 사임을 선택했다.

콕스 특검은 법무부 서열 3위에 머물다 두 상사가 사임한 뒤 법무장관 직무대행 올라선 로버트 보크에 의해 해임됐다. 하지만 닉슨 대통령은 결국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다음 해에 물러났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과 달리 뮬러 특검의 보고서에는 트럼프가 뮬러 특검을 해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설명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널드 맥갠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뮬러가 물러나게 하라고 지시했으나 맥갠 역시 이에 따르는 대신 자신이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뮬러를 해임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6일 방송된 인터뷰에서 "(헌법) 2조는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2조는 내가 그(뮬러)를 해임하는 것을 허락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헌법 2조는 대통령의 의무와 권한 등에 관한 조항이며 대통령 선출과 탄핵에 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뮬러 특검의 보고서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무제한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며 특히 연방 수사나 의회에 대한 의무를 피하도록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인터뷰에서 2016년 대선 기간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측과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건설 계획에 관해서도 실제 '거래'(deal)라기보다는 '개념'(concept) 정도였다며 "거기서 내가 한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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