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폴란드 월드컵을 뛴 한국대표팀의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은 10년 뒤면 스물 여덟살이 된다. 주장 황태현(안산)을 비롯해 조영욱(서울), 엄원상(광주) 등 맏형들은 그때는 서른 살이다. 28∼30세면 축구 선수로서는 기량이 만개할 때다.
정정용 감독이 이끈 이번 U-20 대표팀은 FIFA 주관 남자대회에서는 우리나라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조별리그에서는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 세계적 강호들이 속한 '죽음의 조'에서 2승 1패를 거두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이후 숙적 일본,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을 차례로 누르고 멕시코 4강 신화를 36년 만에 재현한 뒤 남미 1위 팀 에콰도르마저 누르고 대회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뤘다.
아쉽게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져 아시아국가 최초의 대회 우승 꿈은 깨졌지만, 잠 못 이루고 응원한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한국축구에는 새 희망을 안겼다.
스무살 청춘들은 세계적 강호들과 맞서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빡빡한 경기 일정과 장거리 이동 등으로 몸은 지쳐갔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강팀이 돼갔다. 이강인은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한국 남자선수로는 FIFA 주관대회 첫 골든볼 수상이다. 프로축구 K리그 소속의 오세훈(아산), 이광연(강원)을 비롯해 대학생 최준(연세대)과 정호진(고려대) 등 기대주들의 재능도 확인했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원팀'으로 똘똘 뭉치고, 대회를 축제로 즐기는 모습도 내내 신선함을 줬다.
이제 이번 대회를 위한 2년여의 여정은 끝났다. 하지만 다시 시작이다. 약 한 달간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했던 정정용의 아이들은 이제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쟁쟁한 선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주축이었지만 소속팀에서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올해 초 강원에 입단한 이광연은 이번 월드컵에서는 7경기 전 경기를 뛰었지만, 아직 K리그 무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정정용 감독은 이번 대회를 마치고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 5년, 10년 안에 자기 포지션에서 한국축구의 최고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0년 뒤인 2029년이면 아직 개최국은 결정되지 않은 2030년 FIFA 월드컵 대륙별 예선이 한창일 때다.
한국축구에는 그동안 일찌감치 '천재' 소리를 듣던 유망주들이 많았다. 하지만 반짝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선수들이 적지 않다.
10년 전인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당시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대표팀은 8강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때 멤버 21명 중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든 선수는 골키퍼 김승규, 수비수 김영권, 미드필더 구자철과 김민우 4명뿐이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2007년 캐나다 U-20 월드컵 멤버 중 11년 후 열린 러시아월드컵 대표팀에 포함된 것은 골키퍼 김진현, 수비수 박주호, 미드필더 기성용 세 명에 불과하다.
A대표까지 성장해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섯살의 '슛돌이' 이강인은 12년 뒤 FIFA U-20 월드컵 골든볼 수상자로 컸다.
앞으로 정정용의 아이들이 어떻게 커 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폴란드 U-20 월드컵이 한국축구에 준 또 하나의 선물임이 틀림없다. 서 말의 구슬을 보배로 꿰어내는 것은 한국축구가 늘 안고 가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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