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영화인·신인감독과 영화 관람…"자연재해마저도 약자를 공격"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17일 영화감독과 배우를 꿈꾸는 예비영화인들과 함께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관람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저녁 서울 용산 CGV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과 교수, 한예종 출신의 신인 감독 연제광·박준호 씨, 신인배우 한지원 씨 등 15명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이어 상영관 옆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맥주를 하께하며 영화 관람 후기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 총리는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러닝타임이 2시간 10분으로 굉장히 긴 영화인데 한눈팔지 않고 봤다"며 "주제이든, 반전이든, 디테일이든 무엇이든 간에 완전히 관객을 휘어잡는 큰 틀의 구도와 작은 디테일을 다 갖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점에선 봉준호 감독이 지독할 정도로 집요한 분이란 생각을 했다"며 "봉 감독의 다른 작품을 보지 않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봉 감독이 장르다'라는 말이 성립 가능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영화 '기생충'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와 함께 거론하며 "채식주의자에서 본 집요함과 끔찍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관객을 완전히 내 손 안에 쥐고 한 번도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은 감독의 역량 같다"며 "기본적으로는 빈부의 문제지만 한 집안에서의 공포라는 설정은 영화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이 총리는 영화 전개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빈부 격차와 관련해선 "봉 감독이 빈부의 문제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그런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 분의 제일 큰 욕심은 영화 자체였지, 빈부 문제에 대한 고발이 주된 목표는 아니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한 극 중 홍수로 주인공인 기택네 반지하 집이 물에 잠기는 장면과 관련해선 "국무회의에서도 몇 차례 이야기했는데 자연재해마저도 약자를 공격한다"며 "태풍이 와도, 폭풍이 쏟아져도, 지진이 나도 약자를 먼저 공격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영화를 예비영화인들과 관람한 배경에 대해 "작품을 영화적으로 보자는 취지였다"며 "칸에서 봉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준 이유에 대해 영화를 공부하는 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가 취임 이후 공식일정으로 영화를 관람한 것은 택시운전사, 1987, 아일라, 말모이, 항거, 생일, '노무현과 바보들'에 이어 이번이 8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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