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네번 방중끝 시진핑 방북…북미 답보 속 통치 동력 확보

입력 2019-06-17 22:34   수정 2019-06-18 06:01

김정은 네번 방중끝 시진핑 방북…북미 답보 속 통치 동력 확보
집권 후 7년 만에 中최고지도자 방북…안방서 전통혈맹 '후광' 극대화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방북하게 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그동안 미완성으로 남겨뒀던 정상외교의 '중요 고리'를 채우게 됐다.
김 위원장에게 시 주석의 방북은 2012년 집권 이래 7년간 성사시키지 못했던 과업이다. 최고의 혈맹인 중국 최고지도자가 집권 후 한 번도 북한을 찾지 않았다는 점은 김 위원장의 외교 행보에서 일종의 약한 고리와 같았다.
김 위원장이 2013년 친중파로 꼽히는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이후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중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2014년에는 시 주석이 중국 지도자들의 전례를 무너뜨리고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해 양국관계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중국을 찾는 것으로 사상 첫 외국 방문에 나선 이후 4차례나 방중했다. 또 남북·북미·북러 정상회담은 물론 베트남·쿠바 등을 상대로도 왕성한 정상외교 행보를 보였지만 정작 혈맹인 시 주석의 방북은 실현시키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어렵게 성사된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대외적 활로를 모색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도 자신의 통치 정당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 "시진핑, 김정은 초청으로 20∼21일 방북" / 연합뉴스 (Yonhapnews)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안팎에서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다.
미국에 요구하는 '셈법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제재 장기화에 식량난까지 겹친 상황에서 자력갱생을 도모해야만 하는 처지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천명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도 북미협상 답보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논설에서 "지금 적대세력들은 우리의 정상적인 무역활동을 전면 차단하고 있으며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생산 정상화와 인민 생활에 필요한 원료와 물자들을 들여오는 것마저도 가로막고 있다"며 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성사된 시 주석의 방북은 김 위원장의 입지를 대내외적으로 뒷받침하기에 가장 좋은 외교 이벤트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북미협상 교착상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전략적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침묵하던 김 위원장이 협상판에서 '움직일' 준비가 됐기 때문에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 버틸 동력 확보를 위해 시 주석에게 정치적·경제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북은 선대 지도자 김일성·김정일 때 이뤄진 중국 지도자와의 상호방문을 완전히 복원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전통 혈맹관계의 '후광'을 평양에서 직접 주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약화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다시금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국빈방문이라는 격을 갖춘 만큼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누구보다도 성대하게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 방북 당시 이뤄진 평양 시내 무개차 퍼레이드 등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 집권 시기인 2001년 9월 방북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도 무개차 퍼레이드를 하며 평양 시민의 환영을 받았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방북이 북한에게 "정치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계기"라며 "전통적 북중관계를 통해 지도자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방식과 함께 김 위원장의 정책적 정당성을 강조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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