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의 총아' PCR 능가하는 DNA 증폭기술 등장

입력 2019-06-18 11:20  

'유전공학의 총아' PCR 능가하는 DNA 증폭기술 등장
일본 도쿄 공업대 등 연구진, '저온 증폭' L-TEAM 개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기존의 PCR(중합효소연쇄반응) 방식보다 짧은 시간에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DNA 증폭기술이 일본의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최근 부상하는 DNA 기반 컴퓨팅과 분자 로봇 공학 등에 적합한 척도로 증폭할 뿐 아니라 고감도 핵산 검출도 가능해 질병 진단 개선, 식품·환경 바이오센서 개발 등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일본 도쿄 공업대학과 전기통신대학, 애버트 저팬 사 등의 과학자들은 관련 연구보고서를 저널 '오가닉 & 바이오몰레큘러 케미스트리(Organic & Biomolecular Chemistry)'에 최근 발표했다.
1983년 개발된 PCR은, 미량의 DNA 시료에서 특정한 영역의 DNA를 몇 시간 안에 20만~50만배로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DNA 복제본의 대량 생산 시대를 연 PCR은 유전자공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1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5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한 'L-TEAM(저온 증폭)' 기술은 PCR보다 장점이 많다. 우선 수백만 배로 증폭이 가능해 PCR보다 DNA 증폭 능력이 훨씬 뛰어나고, 인간의 정상 체온(37°C)에서 작동하는 특정 DNA-RNA의 혼성화도 가능하다.
DNA-RNA 혼성화란, DNA 사슬과 RNA 사슬을 붙여 이중 가닥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 사슬 간의 상보성을 검사하거나 상보적인 유전자를 찾는 걸 말한다.
L-TEAM은 또한 사용하기 편리한 '원 포트(one-pot)' 디자인이어서 가열·냉각 과정이나 특별한 PCR 관련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저 비용·고 효율로 단백질 변성도 피할 수 있어 살아 있는 세포의 실시간 분석도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연구팀은, 혼성 과정의 안전성을 높이는 합성 물질 LNA(locked nucleic acids)을 DNA 가닥들에 사용해 PCR의 단점으로 꼽히는 증폭 '오독(leak)'도 줄였다. 이는 DNA 증폭 과정에서 중합 효소가 빈번하게(염기 400개에 하나꼴) 오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진단 오류 등의 원인이 된다.
도쿄 공업대 컴퓨팅 대학의 인공지능 전문가인 고미야 겐 교수는 "DNA 증폭 반응의 오독 문제를 극복하는 LAN의 신기한 효과를 보고 놀랐다"라면서 "증폭 오독 이면의 메커니즘을 더 연구해 L-TEAM 기술의 감도와 속도를 개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장래에 이 신기술은 암 검진의 유망한 생물표지로 부상하는 microRNA 등 짧은 핵산 조각을 검출하는 데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장 테스트와 질병 조기 진단 등을 촉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한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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