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도 살기 좋은 '공생 사회' 실현에 주력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70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인 일본이 치매 정책의 핵심 기둥을 예방에서 '공생'과 '예방'이라는 두 축으로 잡았다.
일본 정부는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의 각료회의에서 오는 2025년까지 추진할 중장기 치매 정책 방향을 규정한 새로운 대강(大綱)을 의결했다.
새 대강의 핵심은 예방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공생을 앞에 두고 예방 정책을 편다는 점이다.
이는 노인 인구에 비례해 치매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 치매를 사회현상의 하나로 안고 가는 정책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 추계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종전 직후인 1947~1949년 태어난 '베이비 붐'(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는 오는 2025년에 일본 치매 인구는 약 73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노인 5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게 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새 치매 정책 대강에 이런 현실을 반영해 발병과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을 '예방'으로 정의하고, 치매에 걸린 사람도 살기 좋은 '공생' 사회를 만드는 데도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기조에서 치매에 걸리는 것이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지적을 반영해 새 대강 초안에서 향후 10년간 70대 치매 환자 비율을 10% 줄인다는 목표치를 참고치로 의미를 낮췄다.
새 대강은 누구나 치매 환자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예방의 뜻을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걸리는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정의했다.
또 치매가 발병했더라도 진행을 완만하게 하는 것을 예방의 개념에 포함했다.
새 대강은 치매 발병과 진행 구조를 규명하기 위해 과학적 증거를 수집하고 예방·진단·치료 관련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명시했다.
아울러 운동부족 개선, 당뇨병·고혈압 등 생활습관병 예방, 사회 참여를 통한 사회적 고립 해소 등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일본 정부는 새 대강에서 노인들이 모이는 마을회관 같은 공공회합 장소 확충을 중요한 치매 대책의 하나로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 현재 4.9%에 그치는 65세 이상 노인의 참여율을 8% 정도로 높이기로 하고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지는 관련 시설 확충 작업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본인이 치매 환자임을 알리는 '치매 본인 대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치매를 포용하는 사회 환경 만들기에 힘을 쏟기로 했다.
공생 정책의 하나로 철도, 버스 등 일정한 규모 이상의 대중교통 사업자에게는 치매 승객을 위한 대응 계획을 작성해 보고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성년후견 제도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2021년까지 가정법원 등 관계기관 간의 조정역할을 맡는 거점기관을 전국 모든 기초단체에 신설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각료 회의에서 "공생과 예방을 치매 정책의 두 바퀴로 삼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활동할 수 있는 생애(生涯) 현역사회 실현을 위해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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