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에 방해될라…대만 무기수출 놓고 美행정부 '분열'

입력 2019-06-18 16:45  

미중 무역협상에 방해될라…대만 무기수출 놓고 美행정부 '분열'
"미중 정상회담 무산될 수도" vs "대만과 동맹 강화 위해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20억 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수출이 미중 무역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분열 양상을 보인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선 대만 무기수출을 구실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3명의 백악관 및 행정부 관리가 전했다.
이들 중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양국 관계가 취약해진 탓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50대 50"에 불과하다며, 대만으로의 무기수출은 그 가능성조차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러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다른 미 정부 관리들은 이번 무기수출이 미국과 대만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의 무기수출 절차는 수입국이 미 정부에 필요한 무기체계와 가격을 명시한 공식 요청서(LOA)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대만 국방부는 M1A2 에이브람스 전차 108대, 토우 대전차 미사일 1천240기,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409기, 스팅어 휴대용 방공 미사일 250기 등의 구매를 미국 측에 요청했다. 이들은 중국 본토에는 도달할 수 없는 방어용 무기체계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이런 내용의 대만 무기수출 안을 의회에 통지했고, 의회가 이를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WSJ은 전망했다.
다만 이밖에 대만이 요청한 F-16 전투기 60대의 구매는 적지 않은 난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 관리들은 중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F-16 전투기 수출이 미국 경제에는 좋지만, 미중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대만으로의 미국 무기 수출 움직임에 노골적인 경계를 보이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파는 것이 고도로 민감하고 엄중한 위해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를 준수하고, 대만과의 연합 군사훈련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기 수출 외에도 전반적인 대만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둘러싸고 미 정부 내에서 이견이 감지되는 분위기이다.
보도에 따르면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대만과의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약속을 전달하러 타이베이를 방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방문 소식을 전해듣자 "이 사람이 대체 누구냐"라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중국과 협상을 하는 동안 미국의 외교관은 대만을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반대에도 미 행정부 내에서 대만과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1979년 미국이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후 처음으로 양국의 안보 수장인 리다웨이(李大維)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과 볼턴 보좌관이 워싱턴에서 회동하기도 했다.
보니 글레이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미 정부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중국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시 주석이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에 대한 불만 제기를 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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