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형식은 공동도급이지만 실체는 불법 인력 하도급"
공동도급 형태로 안전관리 회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 3월 부산 해운대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 교체작업 중 작업자 2명이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 경찰이 이들 작업자가 소속된 회사가 원청과 불법 하도급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원청업체 T사 안전관리자와 하청업체 D사 대표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또 두 업체가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불법 하도급 관계였던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혐의로 T사 부사장도 입건했다.
경찰은 D사 근로자 추락사고가 승강기 메인 로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작동하는 비상 브레이크와 예비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임시 고리를 부실하게 관리해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근로자들은 승강기 고정 끈을 새것으로 교체하기 위해 기존 고정 끈을 제거했으나, 이때 승강기를 지탱하는 비상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다 임시 고리마저 벌어지면서 추락, 변을 당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두 회사가 형식상은 '공동도급'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지만, 실제로는 하도급 형태로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했다.
공동도급이라면 두 회사가 수급에 따른 이익을 배분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T사가 D사 작업 진행 정도에 따라 중간정산 하는 '기성금' 형태로 돈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금 지급은 인력 도급에서 나타나는 형태다.
경찰 한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은 전문건설업으로 분류돼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하도급을 주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라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형식상으로 공동도급 형태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업계에서 손꼽는 T사가 소규모 하청업체와 공동도급 형태를 취함으로써 안전관리 부분에서 취하는 이득은 적지 않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동도급에서는 각 업체가 소속 근로자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사실상 하청업체인 곳에서 사고가 나도 원청은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D사와 맺은 공동도급 계약 건은 금액이 적어 최종 결재권자가 T사 부사장인 것으로 확인해 부사장을 입건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27일 해운대구 한 아파트 17층에서 교체작업 중이던 승강기가 1층 바닥으로 떨어져 근로자 2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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