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전으로 특별법 제정 지지부진…지열발전소 안정화 논의는 걸음마
포항시민 "분노 넘어 답답…국회 정상화해 신속 처리해야"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진이 인재란 결과가 나와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경북 포항시민이 분노를 넘어 답답함에 몸부림치고 있다.
2017년 11월 일어난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에 따른 인재라는 정부조사연구단 연구결과가 나온 지 3개월이 되도록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19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포항지진이 진앙 인근 지열발전소 물주입으로 촉발됐다는 최종 연구결과를 3월 20일 발표했다.
이후 포항에서는 여론이 들끓었다.
지진 원인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밝혀져 다행이란 안도감과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지열발전소를 왜 운영했는지 묻는 분노가 뒤섞였다.
무엇보다 지열발전소 건립과 운영에 관여한 기관·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퍼졌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국내에서 지열발전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0년 'MW(메가와트)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이라는 이름의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했다.
넥스지오를 사업 주관기관으로 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지질자원연구원을 비롯해 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 포스코, 이노지오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정부조사연구단 발표 이후 석 달이 되도록 지열발전에 관여한 정부나 관련 기관이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부터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부지 안전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시작단계여서 지열발전부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본격 활동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정부는 포항 지진대책사업 1천131억원을 비롯해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상정했지만 여·야 대치로 심사·처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 파행으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 전혀 진척이 없어 포항시민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포항시민은 진상 규명, 피해자 구제, 이재민 주거안정, 도시재생, 지열발전소 폐쇄와 사후관리, 지역경제 재건 대책 마련을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별 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특별법을 발의했고 손해배상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추진됐다.
3월 22일 청원을 신청한 지 한 달 만에 21만2천675명이 동참해 청와대 답변을 끌어냈다.
이와 관련해 강성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 법 제정을 추진하면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란 원론적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그동안 포항 50여개 단체가 만든 '포항11·15 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4월 2일 포항에서 시민 3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연 데 이어 4월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6월 3일 서울 국회에서 집회를 여는 등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경식 도의회 의장 등은 수시로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찾아가 특별법 제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여야가 계속 대치 중이어서 특별법 제정 역시 언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포항지역위원회가 책임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진이 인재로 드러난 만큼 금방 피해에 따른 배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여긴 포항시민은 점점 지쳐가는 상황이다.
공원식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특별법과 관련해 여야 주장이 다르다면 강하게 대처하겠는데 법 제정 권한이 있는 국회가 근본적으로 열리지 않으니 답답한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돼 포항지진 특별법을 우선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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