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유콘강 분지서 발굴된 이빨 화석 주인으로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아프리카 사바나 등지에서 살며 죽은 동물도 먹어 '초원의 청소부'로 알려져 있는 하이에나가 수십만 년 전에는 추운 북극 지대에도 살았다는 화석 증거가 나왔다.
버펄로 뉴욕주립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진화 고생물학자 잭 쳉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1970년대에 발굴돼 캐나다 자연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온 두 개의 이빨 화석을 재분석한 결과를 '제4계 오픈 저널(Open Quaternary)'에 실었다. 제4계는 신생대를 두 시대로 나눌 때 두 번째 지질시대로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200만~30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나타낸다.
쳉 박사는 캐나다 유콘강 지역에서 발굴된 이 이빨 화석이 다리가 길어 '달리는 하이에나'로 불리는 카스마포르테테스(Chasmaporthetes)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
이 이빨 화석은 140만~85만년 전 것으로, 대형 낙타와 원시 들개 등 다양한 화석이 나와 고고학자들이 "화석 슈퍼마켓"으로 부르는 유콘강의 '올드 크로운 분지'에서 1970년대에 발굴됐다. 당시에도 하이에나 이빨로 추정은 됐지만 본격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5만점에 달하는 다른 화석들과 함께 수장고 속에서 화석화되다가 쳉 박사를 통해 빛을 보게 됐다.
이빨 화석은 미국 남부와 멕시코 등지에서 흔적이 발견된 '달리는 하이에나'종(種)이 북극권 한계선 이북지역에서도 서식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주는 중요한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에나가 인류와 마찬가지로 바닷물 수위가 낮아졌을 때 아시아와 북미를 육로로 연결한 '베링 육교(land bridge)'를 통해 아시아에서 북미로 들어왔음을 시사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이에나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등지와 미국 남부 및 멕시코에서 발견됐지만 북미지역에 어떻게 퍼지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하이에나는 현재 4종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달리는 하이에나를 포함해 한때 지구를 누빈 고대 하이에나종은 70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지역의 고대 하이에나 역사는 5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인류가 도착하기 전인 약 100만~50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멸종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악토두스 시무스(Arctodus simus)로 불리는 거대한 곰과의 동물 사체 먹이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악토두스 시무스 역시 빙하기가 끝나기 전인 1만2천년 전 쯤 사라졌다.
논문 공동저자인 유콘 주정부의 고생물학자 그랜트 자줄라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에나가 북극권 한계선 이북의 혹독한 조건에서 번성했을 것을 상상하니 놀랍다"면서 "카스마포르테테스는 아마도 시베리아에서 유콘 지역에 이르는 광활한 툰드라 평원에서 빙하기의 순록이나 말 떼를 사냥하고 매머드의 사체를 먹어치웠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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