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본 듯한 범죄 스릴러 영화 '비스트

입력 2019-06-19 14:16  

어디선가 본 듯한 범죄 스릴러 영화 '비스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악을 잡기 위해 자신도 악으로 변해가는 형사. 그리고 그와 대립하는 또 다른 형사. 이들을 통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되짚는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비스트'는 범죄 스릴러를 표방하며 두 형사를 전면에 내세운다.
인천에서 실종된 여고생이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중앙경찰서 강력1팀장이자 에이스 형사인 정한수(이성민 분)는 후배 형사 종찬(최다니엘)과 함께 수사에 나선다. 용의자를 잡게 되나 그는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1팀과 라이벌 관계인 2팀장 한민태(유재명)는 형사과장으로 승진하고 싶다. 민태는 1팀이 잡은 용의자가 범인이 아님을 밝혀내고 풀어준다.
한수는 자신의 정보원이던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로부터 그가 저지른 살인을 은폐해주는 대가로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받고 검거에 나선다. 그러나 민태가 이 사실을 눈치채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꼬여간다.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의 이 영화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 이야기를 그린다.
사건은 캐릭터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극적인 도구에 불과하다. 덕분에 한수를 필두로 하는 캐릭터들은 매우 강렬해졌다. 이 캐릭터들이 영화를 끌고 가다 보니 플롯 자체는 엉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때문에 인천이라는 현실의 장소에서, 매우 끔찍하긴 하지만 실제 일어날 법한 범죄를 다뤘는데도 영화가 현실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강한 캐릭터의 동기를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특히 영화 대부분을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수 역할은 그가 왜 이렇게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대신 첫 장면부터 그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렬한 첫인상으로 그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대신한다. 그와 대립하는 민태는 반대로 비교적 현실적인 인물이다. 승진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경쟁심에 불탄다. 관객 입장에서는 한수보다 민태에 감정 이입하기가 더 수월하다.
강한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바로 주제의식일 것이다. 살인마를 잡기 위해 살인을 감추고 자신도 괴물이 되어가는 형사의 모습을 통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와 과연 그 경계가 있기는 한 것인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이 주제는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다뤘으므로 새롭지는 않다. 더욱이 형사가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수를 쓰다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어 간다는 얼개 역시 '끝까지 간다' 등 기존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영화에서 크게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 탓인지 툭툭 끊기는 느낌까지 든다.


여러 음향효과는 긴장감을 조성하기는 하나 가끔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서스펜스가 극에 달하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가위질하는 듯한 배경음이 깔리는데, 어느 시점에서는 장면을 음향이 삼켜버리는 듯한 주객전도가 일어난다.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영화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띈다. 특히 괴물이 되어가는 이성민은 처음부터 영화를 끌고 가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그러다 종반부에서는 그의 연기가 영화의 제목이 왜 '비스트'인지를 설명해줄 정도로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실제 이때 이성민 눈의 실핏줄이 터져 더 사실적인 모습이 나왔다고 한다.
유재명도 '투 톱'으로서 무게중심을 맞춘다. 춘배를 연기한 전혜진은 나올 때마다 시선을 강탈해간다. 다만 춘배가 극 흐름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인천의 가장 어두운 모습만을 담아낸 영화 속 공간도 인상적이다. 특히 초반부 여고생 시신이 발견되는 인천 갯벌은 발이 푹푹 빠질 정도의 질퍽함이 앞으로 주인공들에게 닥칠 운명을 예고하는 것만 같다.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가 원작이다. 다만 원작 상당 부분이 바뀌었다. 이성민과 연출을 맡은 이정호 감독은 '베스트셀러'(2010)와 '방황하는 칼날'(2013)에 이어 세 번째로 함께 작업했다.
영화는 15세 관람가지만 폭력적인 장면이 상당하다.
최근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정호 감독은 "촬영된 것보다 폭력수위가 매우 낮아졌다. 저는 '뽀로로 버전'이라고 할 정도"라며 "직접 보이는 폭력은 지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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