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연합뉴스) 김귀근 배연호 이재현 기자 = 지난 15일 북한 어선이 동해상으로 130㎞를 이동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군과 해경, 육군으로 이어지는 3중의 해상·해안 감시망이 완전히 뻥 뚫렸다.
19일 관계 당국과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9시께 NLL을 넘은 북한 어선은 지난 14일 밤 삼척 동방 2∼3노티컬마일(3.7∼5.5㎞)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했다. 이 어선은 다음날인 지난 15일 오전 5시가 넘자 동해 일출과 함께 삼척항으로 진입했다.
군경은 삼척항 외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까지 다가와 접안한 북한 어선을 인근에 있던 우리 주민이 오전 6시 50분께 "북한 말투를 쓰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112신고를 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문제는 북한 어선이 지난 12일 동해 NLL을 넘어 지난 15일 주민 신고로 발견되기까지 나흘간 우리 해상에 머무는 동안 해군과 해경, 육군의 3중 감시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어선이 야간에 삼척 앞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하는 동안 군의 해안 감시레이더에 미세하게 포착됐다. 그러나 당시 레이더 감시 요원들은 포착된 표적이 기동하지 않고 정지해 이를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는 게 관계 당국의 해명이다.
목함인 전마선의 특성상 해상 레이더는 이를 감지하지 못할 수 있으나, 육군의 또 다른 감시장비인 TOD(열상감시장비)로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어선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해 우리 주민과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내용의 대화를 직접 나누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아무런 조치도 가동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육군의 허술한 해안 경계태세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주민은 "해안선에 근접한 북한 어선을 장시간 식별하지 못한 것은 경계태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군경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가뜩이나 이 문제가 불거진 육군의 해안 감시 부대는 지난 4월 29일 해안 철책선이 절단된 상태로 발견됐던 부대로 드러나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가중하고 있다.
당시 동해시의 한 해안에서 육군 모 부대 장병들이 정찰 활동을 하던 중 해안 경계철책이 가로 30㎝, 세로 50㎝ 크기로 절단된 것을 발견했다.
군 당국은 기동타격대 등을 출동시켜 조사한 결과 대공 용의점이 없어 작전을 종료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낚시꾼이 뚫었더라도 철책이 절단된 지 여러 날이 지났으면 문제가 아니냐며 우려를 제기했다.
더욱이 이번에 북한 주민의 삼척항 '대기 귀순' 사태까지 이어지자 주민들은 더는 군의 해안감시망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편 북한 선박이 군과 해경의 감시망을 뚫고 삼척항 부두에 정박하고, 민간인이 신고할 때까지 몰랐던 군 내부의 문책이 뒤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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