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언한 KIA 이범호 "김태균 한번 안아주고 가겠다"

입력 2019-06-19 17:32   수정 2019-06-19 17:58

은퇴 선언한 KIA 이범호 "김태균 한번 안아주고 가겠다"
친정팀 한화와 은퇴 경기 직접 결정
"야구를 좋아했던 평범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마지막 5경기, 두 눈 크게 뜨고 임할 것"



(광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은퇴를 선언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38)는 후련한 듯했다.
이범호는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은퇴를 결심하고 눈물이 나지 않았나'라는 첫 질문에 "눈물은 은퇴식에서 한 번만 흘리겠다"며 웃었다.
이범호는 18일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다음 달 13일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갖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예정이다.
KIA 구단은 통산 1천995경기를 뛴 이범호가 2천 경기 출전 기록을 채울 수 있도록 향후 1군 엔트리에 합류시켜 5경기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함평 2군구장에서 훈련하던 이범호는 19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해 마지막 5경기를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다음은 이범호와 일문일답.

--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 어제 은퇴 기사가 나오니 기분이 묘하더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은퇴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 은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 30대 중반부터 경쟁력이 사라지면 과감하게 은퇴하자고 생각했다. 올 시즌 경기를 치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2군으로 내려갔을 때 특히 그랬다. 길어야 내년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신인 때 목표했던 기록은 거의 다 이룬 것 같은데.
▲ 난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서 홈런만큼은 욕심냈다. 이승엽 선배의 기록은 힘들 것 같고, 양준혁 선배의 351개 홈런 기록은 넘고 싶었다.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기록을 넘지 못해 아쉽다. (이범호는 통산 329개 홈런으로 역대 최다 홈런 5위를 기록 중이다.)
-- 가족들이 많이 아쉬워했을 것 같다.
▲ 아내가 한 번 더 고민해보라고 하더라. 많은 대화를 하며 설득했다. 나에게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하더라.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고 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 앞으로 5경기를 더 뛰게 된다.
▲ 언젠가는 마지막 타석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이렇게 올지 몰랐다. 마지막 타석에서 관중께 많은 박수를 받고 싶다.
-- KIA 박흥식 감독 대행은 만루 상황에서 타격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하던데.
▲ 팀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팀 성적도 좋지 않다. 엔트리 합류까지 보름 정도 시간이 남아있는데, 그때까지 몸을 잘 만들겠다. (이범호는 통산 17개의 만루홈런을 기록해 이 부문 역대 1위를 기록 중이다.)

-- KIA 출신이 아닌 선수가 KIA에서 은퇴식을 하는 건 처음이다.
▲ 뿌듯하다. 우승 많이 한 명문 팀에서 은퇴식을 하게 됐다. 한화 이글스에 있을 땐 많은 분이 알아보지 못하는 선수였다. 광주 홈 팬들은 환대를 많이 해주셨다. 이 팀에서 마지막을 맞게 돼 감사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프로에 처음 왔을 때다. 대구고 3학년 때 한화가 지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짓말인 줄 알았다. 시골 선수를 신인드래프트 2차 1번으로 뽑았는데, 당시 많이 감동했다. 또한 KIA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에서 만루홈런을 친 뒤 우승까지 했던 것도 기억난다.
--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도 회자하고 있다.
▲ 당시 홈런을 쳤어야 했다. 아쉽다. 사실 힘들게 뽑힌 대회였다. 내가 한 단계 올라가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당시 이범호는 일본과 결승 9회 말 2사 1,2루에서 일본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동점 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대표팀은 연장 끝에 패했다.)

-- 꽃범호라는 별명이 유명했는데.
▲ 영원히 따라올 것 같다. 좋은 감정으로 마음속에 새기겠다.
-- 향후 계획은.
▲ 확실하지 않다. 9월에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를 한 뒤 내년엔 미국에서 1년 정도 연수를 받고 싶다. 내가 선수 생활에서 얻은 지식이 맞는 것인지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공부해야 한다.
-- 야구선수 이범호를 만든 세 명을 꼽자면.
▲ 대구고 재학 시절 많은 훈련을 시키신 박태호 전 코치님이 생각난다. 폭염에도 한 시간씩 펑고를 받았다. 3년 동안 많이 성장했다. 그리고 한화의 정영기 전 스카우트 팀장님이 생각난다. 그분은 신인드래프트 당시 주변의 심한 반대에도 나를 뽑아주셨다. 또한 큰 무대를 갈 수 있도록 해주신 김인식 전 감독님께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다. KIA 전 김기태 감독님과는 즐겁게 야구 했다.
-- 어떤 선수로 기억 남고 싶나.
▲ 난 화려한 선수가 아니었다. 3할대 타율도 많이 기록하지 못했다. 중요할 때 한 방을 치는, 야구를 좋아했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 5경기에 나서야 하는데 몸 상태는 어떤가.
▲ 웨이트 위주의 훈련을 했다. 기술 훈련은 많이 하지 못했다. 1군 엔트리에 포함될 때까지 열심히 훈련하겠다. 마지막 남은 타석에선 눈을 크게 뜨고 안타를 노리겠다.
-- 은퇴경기를 프로 데뷔했던 한화와 한다.
▲ 오랫동안 함께 뛰었던 김태균을 한번 안아줘야 하지 않겠나.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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