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도 주문진항 앞 수십m 앞에서 주민들에 목격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북한 소형어선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동해 삼척항에 입항하면서 군·경의 해상·해안감시체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4월 6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항 앞바다에서 고기잡이하던 어선들이 정체불명의 북한 전마선(소형 고기잡이 배) 한 척을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이들이 탄 목선은 어민들이 고기잡이를 위해 쳐 놓은 유자망 그물에 스크루가 걸려 표류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어선이 발견된 곳은 주문진항에서 불과 3.7㎞ 떨어진 해상이었다.
길이 5m, 폭 2m의 이 전마선에는 발견 당시 북한 주민 김정길 씨와 동생 정훈씨, 김정길 씨의 아들 광혁 씨 등 3명이 타고 있었다.
군·경은 김 씨 등이 탄 목선이 어민들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이를 전혀 알지 못해 당시 고성∼강릉의 동해(바다)와 해안경계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슷한 사례는 2009년 10월 1일에도 있었다.
성인 9명과 어린이 2명 등 북한 주민 11명이 탄 3t 규모의 전마선이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앞바다를 통해 귀순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육상 레이더기지에서 이를 잘 포착해 해경과 해군의 공조로 안전하게 유도했다"고 밝혔지만, 군경의 해상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민제보가 잇따랐다.
한 주민은 특이한 모양의 배 한 척이 해안과 불과 30∼50m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소돌항 방면으로 이동 중이었다며 배 주변에는 해군이나 해경 경비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넓은 바다에서 10m가 채 안 되는 북한 어선을 정확하게 식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처럼 마지막 보루인 해안경계부대까지 완벽히 뚫린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현재 군·경이 가진 해상, 해안 감시자산은 10여 년 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현재 군의 해안 감시 레이더는 최대 10㎞ 가량의 근해(近海)를 중첩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보자는 "사건 시간인 아침에는 선박 결산을 하게 돼 있어 해상의 모든 선박의 수를 세어 결산하는데, 아침에 북한 선박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선박결산도, 수제선 정밀 정찰도 하지 않았다는 뜻 아니냐"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이런 지적들에 대해 "(해상) 감시시스템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해안경계에 최적화된 감시전력을 보강하는 두 가지 방향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js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