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문 활짝, 머잖아 대화재개 기대…北의미있는 조치 있어야 진전"
"시진핑, 방북기간 北비핵화 관련 건설적 메시지 보낼 것으로 기대"
美싱크탱크 행사서 이도훈 한반도본부장과 함께 기조연설 이어 질의응답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백나리 이해아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19일(현지시간) 북미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것만이 외교 안에서 진전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따로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건 없는 실무협상' 재개 입장을 밝혔으나 동시에 '의미있고 검증가능한 조치'를 강조하며 실질적 비핵화 행동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발언은 북미 간 교착 타개를 위한 실무협상 재개를 거듭 제안하면서 일정 부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내주 중 먼저 방한, 북미 실무접촉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 행사에서 한 기조연설과 질의응답을 통해 "우리는 이 문제를 푸는 데 실패했던 지난 25년간의 공식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특히 "북한과의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실질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재개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는 실무레벨에서 아직 협상을 재개하지 않았지만,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직접적이든 제3자를 통해서든 많은 의사소통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에서 일일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길 원한다"면서도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과 관련, "조건을 제시하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렇지 않다"며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 문제 뿐 아니라 북미 정상이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합의한 다른 모든 사안에 대해서도 병행해서 열의를 갖고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비핵화에 대한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들 없이는 충분한 진전을 이룰 수 없다. 그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며 "북미 정상이 약속한 모든 이니셔티브를 아우를 준비가 돼 있으나 우리는 모든 걸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협상팀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이슈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이것이 단언컨대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북한 협상팀이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이슈에 대한 협상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 및 전체적인 관계 개선 등 보다 포괄적 맥락에서 진전시켜 나가야만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건 특별대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0∼21일 방북과 관련,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려보자"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시 주석이 평양 방문 기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건설적이면서도 적절한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것이라는 모든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중이 무역 갈등을 비롯, 여러 영역에서 경쟁과 불일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를 접근하는데 있어서는 꽤 좋은 관계를 구축해왔다. 중국은 (대북정책에 있어) 100% 우리와 동의한다""면서 "나는 이에 대해 지나치게 낙천적인(Pollyannaish) 것은 아니지만, 중국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길 원하며 한반도내 대량살상무기(WMD)의 제거를 추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의 국익 문제"라며 "이 경우 미국과 중국의 국익이 일치하는 만큼, 지속적인 협력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건 특별대표는 "(미국은) 동아시아 역내에서 2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만큼 더 가까운 관계를 가진 나라는 없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역내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 정부가 잘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통의 목표를 달성해가는 여정에서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는데 매우 큰 확신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말 방한과 관련, 양국 모두를 위해 생산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건 특별대표는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북한과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개념 합의가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행방이 묘연한 카운터파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에 대한 일부 매체의 처형설 보도에 대해 "나는 모른다"고 전제하면서도 "다소 부풀려진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일정 부분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대해 우리가 잘 알 수 없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나란히 기조연설을 했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기조연설에 이어 좌담 형식으로 질의응답을 가졌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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