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첫 공식 입장…"해결방안 없으면 공원구역 해제요구, 헌법소원도"
오심스님 "자비심갖고 전통문화 보존했지만 '산적' 호도" 토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양정우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이 20일 해묵은 논란을 빚고 있는 문화재 관람료 징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과거 사찰 소유토지를 국립공원에 편입한 데 대한 보상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합리적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찰소유 토지를 공원구역에서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재산권 규제 관련 헌법소원도 내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논란은 문화재관람료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일방적인 국립공원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립공원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해결방안 제시가 현재의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종이 문화재 관람료 갈등 해소를 위해 공식 입장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조계종에서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수용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정부 측에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이 문제를 둘러싼 조계종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조계종은 이날 회견에서 "국립공원이라는 공공의 필요 때문에 사찰소유의 재산을 제한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헌법에 근거하여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보상절차를 명문화해 달라는 요구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사찰이 직접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게 해 사찰의 피해를 일부분 보전하게 하는 지난날의 편법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이를 대체하는 국가보상 제도를 하루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정부가 사찰 소유부지가 포함된 국립공원을 국가재산인 것처럼 잘못 알리고, 관람료를 놓고는 사찰과 국민 간 갈등을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종단은 "국가가 사찰소유 토지를 국립공원에 일방 편입하고 사찰의 각종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으면서 국립공원이 마치 국가 소유의 재산인 양 국민들에게 국립공원을 이용하도록 호도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사찰이 보존하고 가꿔 온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들을 국가가 보호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사찰과 국민들의 갈등과 분쟁을 조장 내지 방치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 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브리핑에 나선 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오심스님은 관람료 대신 보상을 요구하느냐는 질의에 "돈 문제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1천700년 동안 전통문화를 지켜왔고, 정부가 그에 맞는 대응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사찰은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며 "자비심, 종교, 국가적 차원에서 지켜온 것인데 '산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상황을) 호도하고 있어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조계종은 정부 각 부처가 나눠 맡는 전통 사찰의 보존관리 업무를 문화체육관광부로 일원화할 것도 요구했다.
현재 사찰 보존관리 업무가 문체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부, 문화재청, 국립공원관리공단, 산림청에 산재한 것은 물론 중첩된 각종 규제로 인해 효율적인 보존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조계종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대통령께서는 문화재관람료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문화·자연·무형유산의 효율적 보존관리를 위한 부처 간 업무 통합조정 기구 설치도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종단은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고, 전통문화유산의 효율적 보존관리를 위한 정부 부처 간 업무의 통합조정 노력 역시 전무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에 따르면 종단 소속 67개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이 중 23개는 국립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두고는 사찰이 문화재를 볼 의사가 없는 등산객에게까지 일방적으로 관람료를 거둬들인다는 비판과 국립공원 내 사찰 재산을 이용하는데 데 따른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이 맞서왔다.
최근 전남 구례 천은사는 전남도, 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문화재 보수, 탐방로 정비 및 편의시설 개선, 사찰소유 지방도 부지 매입 등을 조건으로 공원문화유산지구 통행료라는 이름으로 받던 관람료를 폐지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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