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 "나의 다문화 가정이 불법이라고 생각한 사람"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내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선두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분리주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노예 해방 기념일에 경쟁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비판받았다.
그가 18일(현지시간) 밤 뉴욕시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제임스 이스틀랜드(1904∼1986) 전 상원의원과 허먼 탈매지(1913∼2002) 전 상원의원을 거론하며 한 발언이 화근이었다.
이들은 1973년 바이든이 상원의원이 됐을 때 민주당에서 함께 몸담고 있었던 인물들이다.
AP·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들을 거론하며 "우리는 어떤 것에서도 별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면서 "적어도 어느 정도 정중함이 있었다. 우리는 일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당신이 다른 곳을 바라보면 적이 된다. 경쟁자가 아니라 적이다. 우리는 더는 서로 얘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로 의견은 달랐지만 존중하는 태도로 일했다는 과거 일화를 소개하면서, 의견이 다르면 적이 되는 최근의 정치 풍토를 비판한 것이다.
바이든은 또 이스틀랜드에 관해 "그는 나를 결코 '보이'(boy)라고 부르지 않았고 항상 '마이 선'(my son, 나이든 남자가 젊은 남자를 부르는 말)이라고 나를 불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이는 흔히 '소년'이라고 번역되지만,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흑인 남자를 비하할 때 쓰던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스틀랜드, 탈매지 전 의원이 흑인 인권 운동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의 발언은 분리주의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됐으며 경선 주자들의 비판을 불렀다.
특히 백인이 아니거나 다문화 가정을 이룬 주자들이 신랄하게 공격했다.
흑인이며 경선 주자 중 한 명인 코리 부커 뉴저지 상원의원은 "그가 자신의 발언으로 많은 미국인에게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즉시 사과하지 않은 것에 솔직히 실망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부커는 흑인 남자를 '보이'라고 부르는 것에 관한 농담도 적절하지 않다고 논평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그(바이든)는 반복해서 자신이 현대 민주당의 가치와 발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19일 트위터로 직격탄을 날렸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흑인인 부인 셜레인 매크레이 여사, 이들 사이에 낳은 아들과 딸이 함께 나온 가족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서 "이스틀랜드는 내가 꾸린 다문화 가정이 불법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바이든이 마치 미국의 어두운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태도로 분리주의자를 애지중지한다는 비판을 내놓았다고 AP는 전했다.
존 델레이니 전 메릴랜드 하원의원은 "공언된 분리주의자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며 감수성이 결여된 행위"라며 "우리는 역사 배워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존재하는 구조적인 인종 차별을 해체할 때는 공세적일 필요도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내년 대권을 향한 민주당의 레이스는 공교롭게도 미국 텍사스주가 1986년 노예제를 폐지한 것을 기념하는 날(6월 19일) 인종차별주의자 옹호 논란으로 얼룩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분리주의자들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바이든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의 예를 들기 위해 분리주의자를 거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바이든의 수석 보좌관인 어니타 던은 "상원에서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 재임 기간이든 바이든과 함께 근무한 사람은 그가 이 나라의 평등과 인권을 위해 헌신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AP에 따르면 민주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은 바이든이 "다른 그룹의 상원의원을 (예시로) 사용했어야 한다"면서 바이든의 발언이 "인종에 대한 그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반응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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