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가 쏘아올린 신호탄…전국 자사고 지정 취소 영향 줄까(종합)

입력 2019-06-20 16:09   수정 2019-06-20 16:48

상산고가 쏘아올린 신호탄…전국 자사고 지정 취소 영향 줄까(종합)
상산고 이어 안산동산고도 지정 취소…교육부가 8월께 최종 결정
'자사고 평가 통한 일반고 전환' 현실화
전체 42개 자사고 중 올해 24곳 평가…지정 탈락 학교 추가될 듯
학부모 반발·교육계 찬반 엇갈려…거센 후폭풍 예고

(서울·전주·세종=연합뉴스) 이재영 홍인철 이효석 기자 = 전북도교육청의 전주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이 올해 평가를 앞둔 전국 24개 자사고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장 20일 오전 상산고에 이어 오후에는 경기도 안산동산고등학교가 자사고 평가 결과 기준점에 미달하며 자사고 지정이 취소돼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기도 교육청은 이날 오후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지정 기준 점수(70점)에 미달해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경기교육청은 "자율학교 등의 지정·운영위원회가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등을 종합 검토한 끝에 안산동산고가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전북도 교육청도 "상산고가 자사고 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80점)에 미달하는 79.61점을 받아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산고와 동산고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처음 실현되는 셈이다.
이처럼 상산고를 시작으로 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는 학교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제 공은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교육부에 넘어간다.
교육부는 "현장 혼란이 없도록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8월 중순께 최종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북교육청이 지정 기준점을 교육부 권고보다 높은 80점으로 잡은 데다 상산고가 받은 점수가 기준점에 불과 0.39점 모자란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자사고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교육계 역시 "불공정한 결정인 만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과 "특권학교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진통이 예상된다.
◇ 지정평가 탈락 학교 속출할 듯…평가대상 절반 서울에 몰려

자사고 지정 평가는 5년마다 진행된다. 2015년 평가 때 서울 미림여고가 기준점에 미달해 일반고로 전환된 적이 있다.
올해 지정 평가를 받는 학교는 전체 자사고 42개교 중 24곳이다. 상산고를 비롯해 민족사관고와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하나고 등 8개 전국단위 자사고와 16개 시·도단위 자사고가 이에 해당한다.
전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지정을 위한 기준점이 70점이다.
관심은 내달 발표될 서울 13개 자사고 운영평가 결과에 모인다.
대표적인 '자사고 폐지론자'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그간 여러 번 "자사고 문제는 서울 문제"라고 강조해왔다. 전체 자사고와 올해 운영평가 대상 자사고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서울 자사고 가운데도 일반고로 전환될 곳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서울 자사고 교장연합회는 모의운영평가 결과 13개교 모두 지정 기준점(70점)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교육부 8월쯤 최종 결정…5년 전엔 교육부가 교육청 결정 직권취소

자사고 지정·지정취소 권한은 법적으로 각 교육감에게 있지만, 사실상 '최종결정권자'는 교육부 장관이다.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지정 취소하기 전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교육부가 "올해 11개 시·도 교육청이 자사고 24곳을 대상으로 운영성과평가를 한다"면서 "교육청이 청문 절차를 완료한 후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를 요청할 경우, 현장 혼란이 없도록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사고나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를 지정 취소할 경우 교육감은 초·중등교육법·행정절차법에 따라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육감이 지정해 청문을 주재하는 외부 전문가는 청문회를 열기 10일 전에 양측에 통지해야 한다. 청문 후 최종 검토 시간도 있기 때문에 청문 절차는 통상 2주가량 소요된다.
교육감은 청문을 거친 후 20일 이내에 교육부 장관에게 지정취소 동의를 신청한다. 이날 전북교육청은 상산고 지정취소에 대해 7월 중순께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장관은 지정취소 동의 신청을 받으면 장관 자문위원회 성격인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에 심의를 맡긴다.
교육부 장관은 위원회의 심의 기간을 포함해서, 지정취소 동의 신청을 받은 날부터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기간은 필요한 경우 2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지만, 교육부는 "올해는 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하반기 치러지는 202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각 교육청이 9월 6일까지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산고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동의 여부는 8월 초·중순이나 늦으면 8월 말께 발표될 전망이다.
교육부 장관이 지정취소에 동의하면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장관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자사고로 유지된다.
2014년 평가 때 서울에서 6개 학교가 지정취소 대상으로 결정됐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교육부가 교육청 결정을 직권 취소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5년 평가에서는 4개 학교가 지정취소 대상으로 결정됐지만, 이 중 미림여고만 일반고로 전환했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자사고 문제는 교육감 권한인 만큼 이들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다만 상산고는 지정 기준점이 타 자사고보다 10점 높은 상황에서 기준점을 매우 조금 밑도는 점수를 받은 점, 다른 전국단위 자사고와 달리 '사회통합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 비율'을 정량 평가받은 점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교육부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 교육계 자사고 폐지에 찬반 팽팽…후폭풍 거셀 듯
자사고 지정 취소로 해당 학교와 자사고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과 교육계의 찬반 논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북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지정 기준점을 설정하고 평가지표를 변경했다"면서 "불공정한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지정 기준점이 70점인 다른 시·도와 달리 전북은 기준점이 80점이어서 상산고와 다른 자사고 간 심각한 차별이 발생했다"면서 "사회통합 전형을 통한 학생선발 의무가 없는 상산고 평가 때 관련 항목을 넣은 것은 정당성도 없고 법령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교육부에 상산고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사고를 비롯한 특권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상산고도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위원회 심의에 따라 평가가 이뤄졌다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다른 9개 교육청도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영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서둘러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상산고 학부모 100여명은 이날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북교육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검은 상복을 입은 학부모들은 '김승환 교육감은 퇴진하라', '불공정한 자사고 심사 원천무효', '상산고를 살려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학부모는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기준은 엉터리"라며 "타 시·도에서는 70점만 맞아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데 전북은 79점을 넘어도 자사고를 폐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자사고 학부모연합회(서울자학연) 소속 학부모 1천여명(주최 측 추산)도 이날 오전 서울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의 자사고 평가가 공정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자학연은 "평가위원들이 학교를 방문해 평가지표와 무관한 질문을 일삼는 등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게 진행됐다"면서 평가위원과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교육청에 요구했다.
이처럼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상산고와 안산동산고의 사례가 전국 자사고 재평가의 신호탄이 될지 찻잔 속의 태풍이 그칠지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ic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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