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공 침범했다" vs 美 "국제공역 정찰 중 피격"
유조선 피격 이어 중동 긴장 고조…국제 유가도 3% 급등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혁명수비대는 20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영공에서 미군의 정찰용 무인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州) 쿠흐모바라크 지방의 영공을 침입해 간첩 활동을 하던 미군 무인기 'RQ-4 글로벌 호크'를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파괴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미군 드론은 식별 장치를 모두 끄고 처음부터 비밀리에 비행했다"라며 "이는 국제적 항공법에 위반된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 달 새 호르무즈 해협 부근의 오만해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두 차례 발생한 데 이어 이날 드론 격추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한층 고조할 전망이다.
혁명수비대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은 "미국 드론 격추는 우리의 국경이 '한계선'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명확히 전달한 것이다"라며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조국 방어를 위해 완전 준비태세를 갖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도 "이란의 국경을 침범하는 모든 행위를 규탄한다"라며 "이같은 도발적인 불법행위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20일 오전 3시5분(이란 시각기준)께 이란군이 미 해군 광역해상정찰 무인시제기(BAMS-D. 글로벌 호크) 1대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드론이 이란 영공에 있었다는 이란 측의 주장은 허위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란군은 (호르무즈 해협 상공의) 국제공역을 정찰하는 미군 자산을 이유없이 공격했다"라고 비난했다.
이번 드론의 격추 지점이 군사 충돌이 가장 우려되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이라는 점에서 미국 역시 이 지역에 대해 이란군의 동향을 탐지하려고 적극적으로 감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드론 격추 소식에 국제 유가도 3% 이상 급등했다.
지난달 초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편대를 걸프 지역에 조기 배치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첨예해졌지만 그간 양측은 위력 시위 성격의 훈련과 구두 위협에 그쳤다.
미군 드론이 이날 이란 영공을 침범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조선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지목한 뒤 양국의 군사력이 직접 충돌한 셈이어서 미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앞서 유조선 2척 피격 사건이 벌어진 지난 13일 이란 측이 미국의 MQ-9 드론을 향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격추하지는 못했다고 CNN 방송이 전한 바 있다.
이란은 2017년 7월 자체 개발한 방공 미사일 '사이야드-3'를 대량 생산해 실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군에 따르면 이 미사일의 작전 반경은 120㎞이며, 27㎞ 고도의 드론, 크루즈미사일, 헬리콥터 등 비행체를 타격할 수 있다.
이란은 2011년 12월 아프가니스탄과 가까운 동부 국경지대 카슈미르를 정탐하던 미군 드론 'RQ-170 센티넬' 1기를 격추했다.
당시 이 드론은 심한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이란은 이를 수거한 뒤 '리버스 엔지니어링' 방식으로 드론을 자체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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