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트럼프' 돈 레몬 vs '친 트럼프' 션 해니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 채널인 CNN과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들이 각각 방송에서 '안티 트럼프'와 '친 트럼프' 성향을 과감없이 드러냈다.
CNN 앵커가 트럼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폭스뉴스 앵커가 CNN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CNN 투나잇의 진행자인 돈 레몬 앵커는 전날 밤 동료 앵커 크리스 쿠오모와 업무를 교대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이번 대선에서도 "계속 속을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나쁜 사람들"(bad people)에게 거짓말을 퍼뜨릴 수단을 줘선 안 된다면서 언론매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레몬은 "극단적 예를 들어보겠다. 히틀러를 생각해보자"면서 "역사를 돌아본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게 증오와 프로파간다, 거짓말을 퍼뜨릴 수단이 주어진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쿠오모 앵커가 "그 예시는 문제가 있다. 그건 매우 극단적인 예시"라고 지적하자, 레먼은 "나 같은 사람에겐 대통령이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가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반박했다.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은 1989년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에서 백인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경찰이 흑인과 히스패닉계 10대 5명을 범인으로 몰아갔던 사건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등 일간지에 이들을 사형에 처할 것을 촉구하는 전면광고를 실었다. 투옥됐던 10대들은 이후 진범이 잡히면서 모두 풀려났다.
레몬은 이 사건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를 악마시하고 2017년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벌인 폭력사태와 관련해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은 "나와 같은 사람들, 이 나라의 유색인종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폭스뉴스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매체들은 이런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충성으로 유명한 폭스뉴스 앵커 션 해니티는 19일 밤 방송에서 제프 저커 CNN 월드와이드 사장에게 "당신은 당신의 '언론인' 돈 레몬이 어젯밤 당신 네트워크에서 이런 발언을 하게 내버려 둔 것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18일 밤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 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출정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우호적 주류 언론들을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자 청중들이 '언론을 향해 야유했던 것을 거론하기도 했다.
해니티는 "청중들이 가짜 뉴스 CNN에 대한 진실과 CNN의 형편없음을 말하기 시작했고, CNN은 이런 비판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눈을 돌려 버렸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